- “한강의 기적 뒤 부산항의 기적
- 자율 운영구조·정책 권한 필요”
“1876년의 부산항을 단순히 일본에 의해 등 떠밀려 문을 연 ‘수동적 공간’으로만 기억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우리 근대화와 고도성장을 실질적으로 견인한 ‘부산항의 기적’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지난달 26일 부산항 개항 150주년 기념 행사 ‘부산항 150 살으리랏다’를 이끈 박인호(사진) 부산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150주년을 단순히 기념할 것이 아니라 부산항의 역사적 역할을 재평가하고 국가 해양정책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1996년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봉사시민단체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을 창립, 30년째 부산항과 시민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산 증인’이다.
그는 “부산항은 단순한 물류항이 아니라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 고도성장을 견인한 역사적 항만”이라며 “흔히 ‘한강의 기적’을 말하지만 그 뒤엔 ‘부산항의 기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960~1980년대 한국 수출의 대부분이 부산항을 통해 이뤄졌고 한때 전체 수출의 약 80%가 이곳에서 처리됐다”며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부산항이 사실상 엔진 역할을 했지만 그에 비해 국가적 평가와 정책적 위상은 충분히 정립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부산항의 구조적 한계도 짚었다. 그는 “부산항은 세계적 항만임에도 운영사가 지나치게 많고 분산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항만은 항만 관련 산업 비중이 60% 이상이지만 부산은 10%도 되지 않는다”며 “재가공·재수출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외국 선사와 운영사 수익에 의존하는 ‘껍데기 항만’ 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부산항 운영과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항만공사는 자율성이 거의 없고 부산시도 실질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다”며 “부산항을 국가 핵심 항만으로 재평가하고 더욱 자율적인 운영 구조와 정책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산 전체를 자유무역지대 수준으로 확대해 재가공 수출 산업을 키우고 항만·제조·물류·금융이 결합된 복합 해양경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현재 전문가 20여 명이 집필 중인 ‘150년 부산항사’ 편찬에도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150주년은 과거를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부산항의 가치를 다시 세우고 미래 정책을 설계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2076년 우리 후손들이 타임캡슐을 열었을 때 ‘선조들이 부산항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항로를 열어 놓았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