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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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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 사태로 급등하는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이번주 시행한다.
국제 시세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의 공급가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가격 통제 시 우려되는 ‘공급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와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안 등도 마련한다.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 설정 가닥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는 이런 내용의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을 위해 관련 고시를 제정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과 관련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 최고가격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30년 만의 첫 사례가 된다.
정부가 아직 석유 최고가격제의 구체적인 시행 방식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아시아시장의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MOPS)에 환율 등을 반영해 공급가를 산정한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 등 중동 정세 불안으로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 여기에 주유소들이 재고 확보나 수익 보전을 위해 판매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리면서 유가 상승폭이 확대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몇주간의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 평균에 일정 마진을 더해서 정유사가 팔 수 있는 최고가를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국제 가격 변동이라는 객관적 지표를 반영하되 정유사가 과도하게 이윤을 챙기지 못하도록 규제함으로써 정유업계의 폭리를 차단하고 국내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인상 시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매점매석 고시’로 공급 부족 방지
정부가 주유소 판매가가 아닌 정유사 공급가를 겨냥한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전국 주유소는 직영, 자영, 알뜰주유소 등 운영 형태가 다양하고 지역별 임대료나 물류비 차이가 커 일괄적인 가격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 형성의 시작점인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을 두어 유통망인 주유소의 원가 부담을 낮추고 소비자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이 가장 실효성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2주 단위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점검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2주 간격으로 최고가격을 조정하면서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가격 출렁임을 막는 완충 조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급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가동한다. ‘매점매석 고시’를 통해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국내 시장에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격 상한제를 피해 물량을 쌓아두거나 수출로 돌리는 행위를 원천 차단해 수급 안정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유사가 입게 될 손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보전 방안을 마련한다.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의 법적 근거가 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세제 조정과 직접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의 종합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