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혼란에 휩싸이면서 3일 국내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지난달 25일 육천피 시대를 맞은 코스피는 3거래일만에 5800선까지 무너지고 한때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검은 화요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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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52.22포인트(7.24%) 내린 5791.91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낙폭(452.22포인트)은 역대 최대였으며, 하락률도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증시가 급락한 2024년 8월 5일(-8.77%)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78.98포인트(1.26%) 내린 6165.15로 출발해 낙폭을 줄이는 듯했으나, 낮부터 본격적으로 흘러내렸다. 거래소는 이날 오후 12시 5분 53초께 코스피200선물지수의 변동으로 5분간 매도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조1708억 원, 8911억 원 순매도해 하락장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은 5조7976억 원을 순매수해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2만1400원(9.88%)이나 내린 19만5100원에, SK하이닉스는 12만2000원(11.50%) 내린 93만9000원에 각각 거래를 끝냈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55.08(4.62%) 내린 1137.70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의 하방 요인은 중동 리스크다. 전쟁 장기화 우려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회피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종목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유류비 부담이 큰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이날 각각 10.32%, 5.09% 내렸다. 반면 정유주는 S-Oil이 28.45% 오르는 등 급등했다. 해운주도 해상 운임 상승 기대감에 강세를 보여 HMM과 팬오션은 이날 각각 14.75%, 17.42%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이날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26.4원 오른 1466.1원이었다. 이는 지난달 6일(1469.5원) 이후 가장 높고 상승폭은 지난해 4월 미국 관세 충격 이후 최대치다. 특히 지난 2일(현지시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며 원유 가격은 즉각 급등했다. 전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6.7% 상승한 배럴당 77.74달러로 마감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중동 사태 여파가 장기전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미국 S&P500과 나스닥지수가 낙폭을 축소하면서 상승 전환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외부 변수들이 영향을 주지만, 현재 국내 증시는 ‘주가’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국면에 일시적으로 들어선 것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자칫 사태가 장기화하면 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적 물가 상승을 유발, 회복세를 보이는 글로벌 경기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