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0원 육박에 면세 쇼핑 외면
- 소고기 수입 물가 5년새 60%↑
- “원화 예적금 들면 돈 녹는 기분”
- 정부, 과도한 약세 기대감 경고
다음 주 일본 여행을 앞둔 이모(29) 씨는 평소 눈여겨본 선글라스를 사기 위해 들어간 인터넷 면세점 창을 껐다. 고환율 영향으로 백화점에서 사는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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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면서 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마트에선 한우보다 상대적으로 합리적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던 미국산 소고기마저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사진은 최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육류 코너 모습. 연합뉴스 |
이 씨는 “직접 물건을 보고 살 수 없어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인터넷 면세점을 종종 이용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생략하기로 했다”며 “원래 선글라스와 화장품을 사려고 했으나 백화점과 비교하니 굳이 면세점에서 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1500원으로 무섭게 향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 개입 등으로 급제동이 걸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지난 24일 주간(낮)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33.8원 내린 1449.8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6일(1447.7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불안감은 여전하다. 고환율 기조가 이미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먹거리 부담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박모(40대) 씨는 최근 연말 홈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소고기를 사려다 깜짝 놀랐다. 평소 한우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대로 살 수 있던 미국산 소고기마저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소고기 수입 물가지수(2020년=100)는 달러 기준 129.99 원화 기준 160.57이다. 2020년 기준 달러로 약 30%, 원화로는 약 60% 올라 상승 폭이 갑절에 이른다.
고공행진 하는 환율은 재테크 심리마저 뒤흔든다. 전모(32) 씨는 취업 이후 5년 동안 매달 원화로 적금을 꾸준히 부은 것을 후회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걱정에 망설이더라도 달러 예금은 들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다. 전 씨는 “원화 가치가 갈수록 떨어져 달러 자산을 모은 투자자가 최종 승자인 것 같다”며 “원화 예·적금은 ‘돈이 살살 녹고 있다’는 생각에 열패감마저 든다”고 밝혔다.
전 씨가 느낀 감정은 통계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25일 기준 올해 평균 환율은 1422.98원으로 2021년(1145.07) 대비 24.27% 올랐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5%씩 올랐다. 달러 예금만 들어도 연 3%대인 국내 정기예금 금리 수익을 앞지른 셈이다. 달러를 달러 자산에 투자할 경우 수익률은 더욱 높아진다.
고환율 국면이 소비와 투자 심리마저 뒤흔드는 상황이지만 외환당국은 과도한 약세 기대감에 분명한 경고 신호를 내놨다. 환율 상승의 심리적 요인으로 거론되는 연간 200억 달러 한도의 대미 투자금과 관련해 과도한 의미 부여는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최지영 국제경제관리관은 지난 24일 “내년에는 200억 달러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며 “한미 간 팩트시트에 무분별한 원화 절하를 경계하고 고려하겠다는 문구도 있다. 앞으로 원화가 절하될 것이라는 기대는 유리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시장 참여자들은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