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1480원을 상회하자 정부가 ‘세제혜택’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기획재정부는 24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촉진하고 외환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올해 국내 주식시장의 연간 수익률(코스피 기준 71.6%)이 전세계 주요 자본시장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는 급증한 반면 국내주식 투자는 줄었다”며 “수출기업 등의 해외자산 환류를 촉진해 국내 고용·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기재부는 해외증시 투자자를 대상으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비과세 혜택을 준다는 게 기재부 계획이다.

현재 보유(올해 12월 23일 기준) 중인 해외주식을 향후 매각하고 그 자금을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일정 한도에서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식이다.

기재부는 “해외주식 매각대금을 1년간 국내 증시에 투자하면 1인당 5000만 원 한도에서 1년 동안 비과세 혜택을 주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또 “복귀 시기에 따라 세액감면 혜택을 차등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령 내년 1분기 복귀분에는 100%, 2분기에는 80%, 3분기에는 50%를 각각 감면하는 방식이다.

기재부 최지영 국제경제관리관은 “개인 해외투자자의 국내 복귀를 지원해 외환시장 안정화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서학개미들의 환리스크(수시로 변하는 외환 시세에 따른 위험) 관리에도 나선다.

우선 환리스크 관리 수단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주요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 12월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에 대해 환헷지(선물환 매도)를 실시한 경우 양도세 혜택을 부여한다.

해외자회사 배당유입에 대한 세제지원도 늘린다. 지금은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해 95% 비과세(익금 불산입)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100%로 상향 조정한다.

기재부는 “이번 세제 지원으로 올해 3분기 말 현재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잔액(1611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이 국내투자 등으로 전환돼 외화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 발표에 앞서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에도 나섰다.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 ‘외환당국 시장 관련 메시지’를 통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당국은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 조치를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