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최근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의 주요 원인으로 ‘한국 내 달러 부족’ 등이 꼽히는 가운데 올해 3분기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실적이 1년 전보다 2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FDI 유치 실적(신고 기준)은 75억70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1% 감소했다.

아울러 올해 1분기(-9.2%)와 2분기(-19.1%)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감소세(전년 동분기 대비)를 이어갔다. 감소율도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올해 1~3분기 FDI 누계 실적은 206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억1000만 달러(17.9%) 줄었다. 이는 FDI를 통한 달러 등 외화 유입 요인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을 하고 달러를 받는 비율은 낮아졌다. 국제수지통계의 수입 결제통화를 보면 올해 2분기 수출 대금이 달러로 결제된 비율은 전체 수출액의 83.5%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원화 결제는 0.9%포인트 높아진 3.5%였고 유로화 비중도 0.1%포인트 올라 6.2%가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달러 끌어모으기’에 총력을 쏟는다.

지난 18일 발표된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보면 정부는 외화 유입 촉진과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외국인 투자 관련 제도 등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외국인이 별도의 국내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바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시행한다. 우선 정부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고도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의 감독상 조치를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이 테스트는 위기 상황을 가정해 각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대응 여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외화자금 유입이 유출을 초과하는 기간이 감독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해당 금융기관은 감독당국에 유동성 확충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현재 금융기관은 이런 감독상 조치에 큰 부담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환포지션 제도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선물환포지션은 정부가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미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환율로 외화를 주고받는 거래) 비율을 일정 한도로 묶어 외화 유동성 불안을 억제하는 제도다. 2010년 도입됐다.

정부는 이 제도가 외국계 은행 국내법인의 실질적인 영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추가적인 외화 유입을 제한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 국내법인의 선물환포지션 규제 비율을 현행 75%에서 200%로 상향 조정했다.

이 비율이 높아지면 외국계 은행이 한국에 들여올 수 있는 자금은 늘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