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의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의 도입 시기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금보다 더 커지게 됐다.

그동안 ‘도입하겠다’고 공언해 온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겠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행 시기도 불과 두 달 전 ‘2026년 이후’에서 ‘2026년 하반기 이후’로 미묘하게 또 변경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내년도 업무계획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우선 기후부는 “대규모 (전력) 소비처의 지역 분산을 유도하고 전력망 건설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송전거리 등을 고려한 지역별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의 시행과 관련해 정부가 ‘검토’라는 표현을 쓴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도입하겠다’나 ‘도입 방안을 마련하겠다’와 같은 확답형 언급을 해 왔다.

단순히 표현상 차이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차등요금제 시행과 관련해 정부 입장이 ‘낮은 톤’으로 바뀐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기후부는 이날 차등요금제 도입 검토 시기도 ‘2026년 하반기 이후’로 제시했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10월만 해도 기후부는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수급 여건과 송전거리·비용 등을 반영한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 방안을 2026년 이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검토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시행 시기도 애초 ‘2025년 상반기 중’에서 ‘2025년 중’으로, 이후 ‘2026년 이후’에서 ‘2026년 하반기 이후’로 계속 미뤄졌다.

이는 차등요금제 적용 기준을 설정하는 작업이 난제로 인식되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차등요금제 3분할(수도권·비수도권·제주) 방식이 논란에 휩싸인 이후 정부가 효율적인 요금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에 들어갔고 그 결과가 이르면 내년 2월 중 나올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당히 까다로운 사안이다 보니 정부 내에서도 여러 내용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차등요금제 등 전력시장 구조개편 문제와 관련해 “아직 가닥도 못잡은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도 도입 시기를 수차례 연기한 것은 물론 ‘검토’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내년 1분기 전기요금과 관련해 “지난 분기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전력(한전)은 지난 9월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바 있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다음 주께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