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국제신문DB

지난해 집을 사기 위해 퇴직연금을 중간에 깬 사람이 4만 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퇴직연금 중도 인출자의 56%를 차지하는 규모다. 주거 임차비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을 당겨 쓴 사람도 26%나 됐다. 중도 인출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집’ 때문에 퇴직연금을 깬 셈이다.

국가데이터처는 15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4년 퇴직연금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 인출 인원은 6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4.3% 증가했다. 이들의 인출 금액은 총 2조7000억 원으로 역시 12.1% 늘었다. 인원과 금액 모두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세(전년 대비)를 이어갔다.

지난해 중도 인출자 6만7000명을 사유별로 보면 ‘주택 구입’이 3만8000명으로 56.5%를 차지했다. 모든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인원(3만8000명) 자체도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23년(3만4000명·52.7%)과 비교하면 인원은 11.9%, 비율은 3.8%포인트 각각 늘었다.

이들 3만8000명의 중도인출 금액은 총 1조8000억 원이었다. 이 역시 2015년 이후 최대치다. 2023년(1조5000억 원)과 비교하면 20.9% 급증했다.

주택 구입 다음으로는 ▷주거 임차(1만7000명·25.5%) ▷회생 절차(9000명·13.1%) ▷장기 요양(3000명·4.4%) 등 순으로 많았다.

결국 지난해 전체 중도 인출자의 82.0%(56.5%+25.5%)는 주택·주거, 다시 말해 ‘집’ 때문에 퇴직연금을 깬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비율 역시 전년(80.2%)보다 1.8%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 속 주택 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지자 퇴직연금까지 동원해 내집 마련에 나선 사람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액은 총 431조 원으로 전년보다 12.9% 증가했다. 적립액 비중을 제도 유형별로 보면 ▷확정급여형(DB·214조 원) 49.7% ▷확정기여형(DC·116조 원) 26.8% ▷개인형 퇴직연금(IRP·99조 원) 23.1%를 기록했다.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퇴직연금 제도 도입 대상 사업장 164만6000곳 가운데 실제 가입한 회사는 43만5000곳으로 26.5%(도입률)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종사자 규모별로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도입률은 10.6%에 그친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92.1%에 달했다. 10~29인 사업장은 57.3%, 50~99인은 82.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