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택 거래 중 ‘해외 자금 불법 반입’ 의심 사례. 국토교통부 제공

앞으로 외국인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집을 사려 하면 반드시 어디에서 자금을 마련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또 일정 기간 이상 국내에 거주했다는 사실도 알려야 한다.

9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이어 내년 2월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대상 지역은 지난 8월 21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전역과 경기 23곳, 인천 7곳 등이다. 허가 대상 부동산은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이다.

이번 조치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자금 등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등 외국인의 부당한 부동산 거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막고자 기획됐다.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이 지난달 17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행된 외국인 주택 거래 438건 가운데 210건에서 위법 의심 행위 290건이 적발됐다. 유형별로는 주택 거래를 하면서 실제와 다른 거래 금액 및 계약일로 신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거래금액 및 계약일 거짓 신고)가 162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모, 법인 등이 주택 거래대금을 자녀나 법인 대표 등을 포함한 매수인에게 대여하면서 차용증을 쓰지 않는 ‘편법 증여’는 57건, 1만 달러가 넘은 현금을 신고하지 않은 채 들여오는 ‘해외 자금 불법 유입’은 39건으로 집계됐다. 또 주택의 실질적 소유자와 등기 증명서상 명의자가 다른 ‘명의신탁’은 14건, 개인 사업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기업 운전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은 후 주택을 매수하는 ‘대출용도 외 유용’은 13건, 방문취업 비자(H2) 등을 갖고 있으면서 불법으로 임대를 한 ‘무자격 임대업’은 5건이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허가를 받아 주택을 취득했다면 거래 신고 때 자금조달계획서 및 입증 서류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자금조달계획서에는 해외 차입금 여부, 예금 조달액, 해외 금융기관명, 보증금 승계 여부, 사업 목적 대출 여부 등까지 기록해야 한다. 아울러 주택 매수인이 외국일 경우 국내 체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와 주소, 183일 이상 거소 여부 등도 신고하도록 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8월 26일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거래하려는 외국인 등은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할 수 있는 경우에만 거래가 가능하게 한 바 있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외국인의 주택 거래 추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기로 했다. 또 현장의 여론을 수렴, 계속 제도를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도 정했다. 박준형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의 투기 행위를 선제적으로 방지하는 한편 실수요 중심의 거래 질서를 확립해 집값이 안정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