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땅한 대책도 없어 전전긍긍
- 수산·차부품 등 자금 신청 늘어
- 수입 먹거리들 물가도 뜀박질
원/달러 환율이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지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자재 수입비용이 증가해도 이를 당장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19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0.3원 오른 1465.6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급등하는 고환율로 지역 기업들은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으나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원자재의 절반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신발제조업체 A 사 관계자는 “고어텍스 등의 소재는 주로 미국에서 수입한다. 자재의 40~5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결제는 달러로 하다 보니 굉장히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지역 철강업계의 피해는 더 크다. 철판을 수입해 내수로 공급하는 부산업체 B 사는 나날이 증가하는 적자 폭에 대응하기 위해 대금의 50% 정도를 환헤지(위험회피)했음에도 피해가 막대한 상황이다. B 사는 수입 물량의 70~80%를 중국에서 들여와 달러로 결제하는데, 수출 비중은 매출액의 5% 수준으로 미미해 고환율 피해가 크다. 에어컨 냉매가스를 수입해 조선소나 대기업에 국내 산업용으로 납품하는 부산업체 C 사는 달러화 환율이 치솟으면서 이익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거래처와는 장기계약을 한 상황이라 원가 인상분을 즉각 반영하기 어려워 환율이 안정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항공업계도 달러화 환율 상승에 따라 항공기 정비비와 유류비 등 외화 지출 비용 전반이 증가했다. 부산의 한 항공사 관계자는 “고환율 여파 등으로 여행심리까지 위축될 수 있어 시장 동향을 기민하게 살피며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까지 고환율 피해가 확산하면서 특별자금을 신청하는 곳이 늘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신용보증재단과 지난 3월부터 고환율 피해 지역 소기업을 위한 100억 원 규모의 특별자금을 마련해 지원 중이다. 현재까지 총 37개 업체에 30억7200만 원을 지원했다. 업종별로 보면 수산업이 12곳으로 가장 많았고 ▷장신구 4곳 ▷1차 금속과 자동차부품 각각 3곳 순이었다. 서구 등을 중심으로 수산물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오징어 고등어 등을 수입, 달러로 결제하면서 환율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철강 및 가스 업종 등에서 환율 급등에 따른 원자재 수입비용 증가로 피해를 보는 지역 기업이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계약구조상 원가 인상분을 즉시 반영하기 어렵다 보니 대부분의 기업은 자체 대응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규모가 큰 기업만 환헤지를 통해 피해를 줄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지역기업은 고환율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한다. 한 잉크제조업체 D 사는 원자재 수입 비중이 30%이나, 완제품 수출이 70%에 달해 환차익을 거뒀다.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도 미국과 유럽 등에 집중돼 달러화 유로화 환율 상승이 오히려 득이 됐다.
이와 함께 고환율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우려도 크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부산 평균 휘발윳값이 1701.43원을 기록하며 지난 3월 6일(1701.39원) 이후 약 8개월 만에 1700원대로 올라섰다. 유가가 오르면 운송비, 유통비용 등이 동반 상승하고 각종 수입 먹거리 물가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미국산 갈비살(냉장)은 100g당 484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상승했으며 평년보다는 22.4%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