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최종 승인(국제신문 지난 6일 자 1면 보도)을 받은 부산형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 구축 계획과 관련해 지역의 에너지 전문가들이 강서구 일대의 전력수급 안정은 물론 부산의 ‘글로벌 해양도시’ 완성 전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부산형 분산특구의 핵심 인프라인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화재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 등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됐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로 지정된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국제신문DB

6일 전력·에너지 관련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일대 49.97㎢ 부지에 조성될 분산특구는 부산시가 전날 제시한 ‘생산유발 4조7497억 원’ 등 파급효과 외에도 ▷부산에서 추진되는 K-해양강국 실현 가속화 ▷새로운 전력 비즈니스 모델 실증 ▷ESS를 통한 전력 송배전 불안정 해소 등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연구원 탄소중립지원센터 남호석 책임연구위원은 “인공지능(AI) 자율운항 선박과 친환경 선박, 첨단 조선기자재 산업 등 다양한 신산업의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강서구 일대에 분산특구기 조성되면 부산에서 추진되는 K-해양강국 실현 전략은 물론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나 북극항로 개척 등과 맞물려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에코델타시티는 첨단산업과 데이터센터가 집적될 지역”이라며 “부산 분산특구에 구축될 ‘ESS Farm(농장)’은 향후 전기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계통의 불안정성까지 해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우려 사항도 적지 않다. 우선 ESS 안전이 확보돼야 한다. 현재 시는 강서구 명지동 3041-6 일원에 2030년까지 500MW(메가와트) 규모의 대규모 ESS Farm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500MW는 1㎾(킬로와트) 전구 500만 개를 동시에 켤 수 있는 전력으로, 대규모 발전소나 산업시설에서 사용되는 수준의 용량이다.

남 연구위원은 “ESS 중심의 에너지 신산업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화재 위험성과 구축비용 부담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ESS 화재 사고는 2023년 5월부터 2024년 1월까지의 집계로만 총 21건에 달했다. 한 달에 2.6건꼴로 화재가 발생한 셈이다.

ESS Farm 구축과 관련한 사업비도 총 2094억 원에 달하는데 모두 민간에서 조달한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리스크가 커지거나 기업 투자가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ESS Farm 구축 사업 전반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울산테크노파크 이한우 에너지기술지원단장은 “분산특구 지정은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개념) 전력 정책의 시작이자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울산 분산특구가 전날 미지정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단장은 “현재 울산에는 AI 확산 등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라며 “(울산시 등은) 추후에 재선정이 이뤄질 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