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격을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용량·수량·품질을 줄여 사실상 값을 인상하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다시 한번 강경한 자세를 나타냈다. 해당 기업이 소비자 공지 등을 통해 실상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식 기업의 사전 공지는 소비자 알 권리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며 “이는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 “품목별로 특성이 다른 것은 반영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송 장관의 발언은 최근 논란이 된 ‘치킨 슈링크플레이션’을 근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은 닭다리살만 쓰던 순살 메뉴에 닭가슴살을 섞은 뒤 총중량을 30%가량 줄여 사실상 가격을 인상해 제품을 팔았다. 그러나 소비자 반발이 거세진 데다 대통령실과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안을 문제 삼자 이후 중량을 원래대로 늘렸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합성어다. 소비자가 실상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기에 ‘꼼수 인상’이라고 불린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교촌치킨의 중량 축소를) 저희도 나중에 알게 됐다. 소통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김정욱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중량이나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어떤 방식일지는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3일 교촌치킨을 비롯한 주요 외식기업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업계 전반의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자제를 요청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이달 말에 슈링크플레이션 근절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도 거론됐다. 송 장관은 “국비 지원 상향이나 지역 확대에 대해서 지역의 요구가 많다”면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기간에 경청해, 타당하고 의미 있다면 정부 내에서 의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026~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경남 남해·경기 연천·강원 정선·충남 청양·전북 순창·전남 신안·경북 영양 등 7개 군을 선정한 바 있다.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의 재원의 40%를 국비로 지원한다. 나머지는 해당 도와 군의 몫이다.

송 장관은 또 일부에서 나오는 농협의 홈플러스 인수 주장에 대해 “농협이 적자가 매우 심한 상태이며 국내산 농산물만 파는 데 반해 홈플러스는 그렇지 않다”고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아울러 “(국정감사에서) 검토는 한번 해본다고 말했으므로 살펴보고는 있지만 녹록진 않다. 면밀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송 장관은 경주에서 개최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것에 대해 “농산물 추가 시장 개방을 방어했다. 다만 비관세 장벽(검역 절차) 분야에서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대통령실이 밝혔던 내용을 다시 인용했다. 이어 소통을 강화하고자 ‘미국산 농산품 수입 전담 조직(US 데스크)’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쌀값 급등을 막을 대책을 묻는 말에는 “소비자 가격이 10월 초 20㎏당 6만8000원까지 갔다가 6만5000원으로 하향하는 추세”라면서 “10월 초에 비가 많이 와서 (햅쌀) 수확이 늦어졌는데 쌀값은 점차 안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농협 조합장 선거 비리와 관련해서는 “감사를 실시해 문제가 있으면 시정할 것이며 근본적 제도 개선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