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한국에 26만 장에 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GB200)’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혜택을 입게 된다. 엔비디아에 대부분의 HBM 물량을 공급해 오던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가 핵심 공급 파트너로 떠올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SK는 엔비디아로부터 블랙웰 GPU를 각각 5만 장씩 공급받기로 하고 엔비디아와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등 폭넓은 협의를 하기로 했다. 정부에서 5만 장, 현대자동차그룹 5만 장, 네이버클라우드 6만 장까지 합치면 엔비디아가 한국에 공급하게 될 GPU는 26만 장에 이른다.
블랙웰(GB200) 1개당 최신 HBM인 ‘HBM3E(5세대) 12단’이 8개가 탑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6만 장 블랙웰에 탑재되는 HBM3E는 208만 개 수준이다.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통해 공급이 결정된 26만 장 GPU가 국내 ‘AI 팩토리’ 구축용인만큼 여기에 들어가는 HBM은 미국 마이크론을 제외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부 납품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도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고 있지만 이번 26만 장의 물량에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GPU를 우리가 사 오는 입장이긴 하지만 HBM 공급 활로를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HBM3E 12단의 경우 매년 계약마다 금액이 변동하지만, 업계에서는 통상 300달러 내외로 추산한다. 208만 개는 9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6세대 제품인 ‘HBM4’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핵심 공급사로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HBM 시장에서 부진했던 삼성전자가 이를 계기로 강한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당사의 첫 그래픽카드 NV1에 삼성의 D램을 탑재했던 초기 협업에서 시작해 현재의 HBM3E·HBM4 핵심 공급 협력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강력한 동맹 관계가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