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항선원과 외항선원 간 불평등한 과세 구조를 바로 잡으려는 내항해운업계의 노력에 정치권이 여야 구별 없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기대만큼의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안해운 선박.

31일 한국해운조합 등에 따르면 이 사안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월 500만 원까지 소득 비과세 혜택을 받는 외항선원에 비해 내항선원은 월 20만 원에 그치고 있어서다. 항해구역 및 승선 기간만 다를 뿐 선박 운항을 위한 당직, 사회와 격리된 환경 등 열악한 근무 여건에 다 같이 노출되어 있는 데도 25배의 세금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시각이다.

지난 30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금철 세제실장에게 내항선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내항선박은 국가 비상사태 발생 때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라며 “불합리한 세제 개편을 통해 국가의 필수 인력인 청년 선원이 현장으로 유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가 내항선원 비과세 확대를 재정 정책 수립과 집행 때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개최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이 내항해운업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어 의원은 “25배에 달하는 내항선원의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기재부와 협의, 내항산업의 오랜 염원인 세제 개편을 이행해달라”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경북 구미을) 역시 “젊은 세대가 내항선 취업을 기피하는 것은 열악한 임금·복지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청년 선원이 있어야 바다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비과세 확대뿐만 아니라 실질적 처우 개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내항선원에게 더 나은 근무 여건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 찾기에 여야 구별이 없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국민의힘 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이 대표발의한 ‘내항선원 비과세 범위 확대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법률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정 사안을 두고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것이 통상적인 정치권 현실을 고려하면 이런 분위기는 뜻밖이라는 것이 유권자의 반응이다.

올해 국감에서는 연안화물선 노후화와 선대 교체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경기 화성갑)은 “연안화물선은 국내 물류의 18%를 담당하는 기간산업의 핵심 수단이지만 선령 25년 이상 선박이 57%에 이르고 전체 해양 사고의 37%가 노후선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아울러 국내 주요 화주기업들이 연안선사와 1년 이하 단기계약 체결을 선호함에 따라 선사들이 안정적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점, 금융기관 대출 때 장기운송계약서 요구 때문에 내항선박 투자 및 선대 교체가 지연되고 있는 점 등을 지목하며 해수부 장관에게 연안선사-화주 상생 방안과 선박 대체 지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한국해운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2일 ‘내항선원 비과세 확대를 위한 호소문’을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내항선원에 대해 세제 형평성 적용, 청년 선원 유입 기반 조성 필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내항해운은 국가 비상사태 발생 때 국민 생필품과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기반 산업이자 안보 산업의 핵심 축”이라며 “공정한 세제 제도와 청년 유입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청년이 돌아오고, 바다가 지속되는 대한민국 해운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