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자의 부동산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를 이용해 적은 자기 자본으로 주택을 매입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방법)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23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쳐

23일 이 차관은 국토부 유튜브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소상하게 설명하는 유튜브 방송 과정에서 내 집 마련에 꿈을 안고 열심히 생활하는 국민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갭투자 논란에 대해서는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국민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겠다”며 “앞으로 부동산 정책 담당자로서 주택시장이 조기에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이 차관은 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의 아파트를 매도했으나 이를 되판 뒤 이곳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거래는 차관으로 발탁되기 직전에 이뤄져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는 ‘다주택 보유자’ 시비 가능성을 없앴을 뿐 아니라 5억 원가량의 시세차익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이 차관의 배우자는 지난해 7월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아파트를 33억 원에 사들인 뒤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형적인 갭투자 유형에 해당한다.

특히 이 차관은 지난 19일 방영된 한 유튜브 영상에서 “돈을 모아 집값이 떨어지면 사라”, “전세 물량 부담은 있겠지만 월세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는 등의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던 터라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22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사과하기도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차관에 대해 “국민의 말초 신경을, 아주 비위를 상하게 그따위 소리를 하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좋다”고 비판했다. 또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해임(요구안)을 김민석 국무총리한테 내는 것이 좋고 대통령은 무조건 책임을 물어서 내보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 차관의 사과문 발표가 형식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유튜브에서 생중계되기는 했으나 분량은 2분가량에 그쳤다. 또 그동안 국토부가 해명했던 내용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기자회견도 없이 마무리돼 갭투자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차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당초 개각 때는 하마평에 거의 오르지 않았으나 차관으로 전격 임명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는 뜻이어서 이번 갭투자 논란은 한동안 정치권의 쟁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