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공기관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를 의무적으로 추진 중인데도 전기 안전관리 주무 기관인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은 ESS를 가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기안전공사는 ESS 안전관리 총괄 기관이자 검사·기준 제정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경남 밀양에 있는 한 ESS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한국전력 제공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22일 한국전기안전공사 자료를 근거로 이같이 밝힌 뒤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ESS 확산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SS는 발전소에서 과잉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두었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해 주는 시스템이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안전공사는 전북 전주 본사 부지에 250㎾(킬로와트) 규모의 ESS를 설치했지만 화재 위험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와 전력거래소, 한국동서발전 등 주요 에너지 공공기관들 역시 ESS를 설치했으나 장기간 미가동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ESS 화재는 2018년 16건과 2019년 11건 등 초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했지만, 이후 정부와 업계의 안전대책이 강화되면서 ▷2020년 2건 ▷2021년 2건 ▷2024년 5건 ▷2025년 1~8월 6건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초기 사고에 대한 여파로 ESS를 ‘잠재적 위험시설’로 보는 인식이 남아있다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이 ESS 확산을 선도하도록 2021년부터 계약전력 2000㎾ 이상 공공건물에 대해 계약전력의 5% 이상 ESS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기준으로 의무 대상 308개 기관 중 109개만 설치를 완료했고, 199개 기관(64.6%)은 아직 이행하지 않았다.

제도 시행 4년차에도 공공부문 ESS 설치율이 40%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 의원은 “ESS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분산형 전원체계 구축의 핵심 인프라임에도 공공기관이 스스로 사용을 꺼리면 민간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안전을 관리하고 국민 신뢰를 확보해야 할 기관들이 오히려 운영을 중단한 채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것은 정책 일관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SS 화재는 기술개선으로 크게 줄었지만, 안전관리 기관조차 ESS를 가동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요원하다”며 “정부와 공공기관이 먼저 ESS 안전성과 신뢰를 입증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ESS 확산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