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미 수차례 지연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 시행 시기를 ‘2026년 이후’로 공식 발표했다.
애초 ‘2025년 상반기 내’에서 ‘2025년 중’으로 미룬 데 이어 내년으로 또 연기한 것이다.
논란이 지속되는 차등요금제 적용 기준 설정과 무관치 않은 결정으로 보이지만, 우려가 높았던 연내 도입 무산이 결국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
| 한 집합 건물에 설치된 전력량계 모습. 연합뉴스
|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는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수급 여건과 송전거리·비용 등을 반영한 지역별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 도입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그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제시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옛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차등요금제 용역 진행 상황을 언급하며 연내 도입이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기는 했지만, 정부가 문서를 통해 ‘2026년 이후’로 못 박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마저도 ‘시행 시기’가 아닌 ‘도입 방안 마련 시기’여서 내년 이후에도 구체적인 제도 도입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차등요금제 시행의 근거가 되는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지난해 6월 시행된 이후 수차례에 걸쳐 “2025년 상반기 중 도매시장(한국전력이 발전사 등으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 단계)에 차등요금제를 우선 적용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정부의 ‘차등요금제 3분할(수도권·비수도권·제주) 적용’ 추진 사실이 알려진 이후 부산 등 발전소 소재 지역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차등요금제 시행 시기 등에 대해 어떠한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이후 산업부로부터 에너지 기능을 이관받아 기존 환경부에서 확대·개편된 기후부가 이날 해당 시기를 문서로 공식화한 것이다.
기후부의 이번 결정은 김 장관이 언급한 것처럼 차등요금제 적용 기준 설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기후부는 이날 “현재 (차등요금제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며 관련 작업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이 예정돼 있다는 점과 차등요금제를 놓고 수도권 내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도 시행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서울시의회의 한 의원은 “차등요금제가 도입되면 서울의 가구당 연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144만 원 더 늘어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환경운동연합은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의당 등 정치권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차등요금제 조속 시행 등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총 3855㎞에 달하는 70개 노선의 송전탑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지방을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시키는 계획”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이들 단체는 기형적인 ‘수도권 집중형 전력 공급 시스템’을 해소하기 위해 차등요금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기후부는 이번 업무보고 자료에서 “30년 넘게 지속된 부산·경남과 대구·구미 간 ‘낙동강 먹는물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