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 등 특화 필요성

부산 산업단지에 최근 창업한 제조기업이 전국 산업단지 중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경제가 성장하려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이 버팀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역 산단 특화 제조창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9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최근 발표한 ‘산업단지 제조창업 기업의 현황 및 특성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산단에 있는 제조창업 기업 수는 8931개로 이 중 80.4%인 7190개 사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자리를 잡았다. 제조창업기업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라 사업을 개시한 날로부터 7년이 지나지 않은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세부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44.8%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인천(25.8%) 서울(9.9%)이 뒤를 이었다. 부산은 2.2%에 불과해 경북(4.8%) 경남(3.7%) 전북(2.8%) 보다도 적었다. 부산 다음은 광주(1.9%) 전남(1.2%) 대구(0.9%) 울산(0.8%) 강원(0.6%) 충남(0.5%) 충북(0.1%)으로 집계됐다.

기업인은 ‘창업 공간 협소’ ‘판로 확대 어려움’ 등을 호소했다. 제조업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지역에서는 투자금 마련이 어렵기 때문에 비싼 공장 매입·임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수도권 먼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창업 초기 미리 마련한 사업자금과 지원금 대부분을 제품 개발에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 구매비 등 생산비 조달이 막막하다. 생산 자금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큰 규모의 사업으로 확장할 기회를 놓치고, 자금이 적게 드는 소규모의 일만 반복하게 돼 성장에 한계를 맞게 된다”고 했다. 다만 올해 출범한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이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 2.8%에서 4.9%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기업인은 “업력과 실력이 쌓인 제조업체가 많고, 중소기업 지원 기관인 부산테크노파크와 가까운 녹산국가산단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무 공간은 물론 자재나 재고 등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고 떠올렸다.

연구진은 ▷산단 내 수요자 맞춤형 창업지원공간 확대 ▷산단 창업기업을 위한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 운영 ▷산단을 거점으로 한 지역의 제조창업 생태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전지혜 산단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비수도권 산단을 대상으로 ‘창업혁신지구(가칭)’의 지정과 공공과 민간이 협업하는 ‘산업단지 창업지원협의체’ 구성 및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