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규모 주거용 불법 건축물에 대해 한시적으로 양성화를 추진한다. 역대 여섯 번째이며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규정상으로는 즉시 단속이 진행돼야 하지만 안전 확보 등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따르면 일시적으로 제재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법을 제대로 지킨 사람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국토교통부는 위반 건축물을 일시 해소하고 신규 불법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위반 건축물 합리적 관리 방안’을 내놨다. 이 같은 조치는 1980년, 1981년, 2000년, 2006년, 2014년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이뤄진 바 있다. 국토부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특정 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특정건축물법) 시행에 협조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방침을 정했다. 다만 양성화 대상 범위나 심의 기준 등 세부 입법 사항은 2014년 추진 사례를 바탕으로 국회 논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2014년에는 위반 건축물 2만6924동이 합법적 사용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미신고 특정 건축물 양성화 조치에 따른 주거 안전 보장’을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 또 최근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7월 말 ‘특정건축물(위반 건축물) 합리적 관리 방안’을 신속 추진 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전국의 위반 건축물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할 때 14만8000동에 이른다. 2015년 8만9000동에서 매년 5000~6000동가량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가운데 주거용 위반 건축물은 8만3000동으로 파악됐다. 소규모 단독(연면적 165㎡ 미만)·다가구(연면적 330㎡ 미만)·다세대주택(전용면적 85㎡ 미만)이 4만6000동으로 57.4%를 차지했다.
제재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건축 기준이나 절차에 따르지 않아 붕괴나 화재에 취약한 위반 건축물은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의 주거 환경을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 같은 제재 완화 조치는 불법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상주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 또 양성화되지 않겠느냐는 기대 심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이 진짜로 마지막 양성화라는 심정으로 합리적 관리 방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양성화 사례가 더 반복되지 않도록 건축 규제를 개선하는 한편 불법 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전용·일반주거지역의 일조 기준 조정, 노후주택의 외부계단·옥상에 비가림 시설 설치, 다가구·다세대주택의 보일러실에 대해 층수나 면적 산정 제외 등을 담은 특례를 신설한다. 아울러 준공 이후 발생하는 불법 행위를 억제하고자 ‘건축물 사후 점검제’를 도입하는 한편 건축 전문가가 건축물의 불법 여부를 수시로 진단하는 ‘건축물 성능 확인제’를 새로 만든다. 이밖에 계약 때 건축물대장상 위반 사항 확인 강화, 매수 이후에도 위반 행위를 한 이전 건축주에게 구상권을 포함한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법적 근거 마련, 일반 국민도 쉽게 건축물 위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정보 제공 사이트 운영 등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