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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에 한국형 그랑제꼴 짓자…지역갈등 조율 기관도 절실

'툴루즈 모델'로…다시 뛰는 부울경 <5> 국가·지자체 역할은

그랑제꼴- 우주항공 최고 교육기관

  •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  |   입력 : 2025-09-28 18:57:44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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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툴루즈 성공 요인 교육기관 이전
- KAI 출자 신설·KAIST 분교 등
- 사천도 엘리트 양성기관 세워야

- 사천공항 활주로 0.5㎞ 확장 땐
- 항공기 정비 가능해져 경제 효과

- 지방시대위 집행기관 격상 고민
- 다부처·다지역사업 전담시켜야
- 정부집행력, 우주항공도시 열쇠

한국에서 우주항공 산업을 키우려면 프랑스 정부가 남서부 도시 툴루즈를 육성했던 과정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진다. 프랑스 정부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툴루즈를 육성했고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내 KF-21 생산현장.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프랑스는 툴루즈의 역사성, 지리적 여건을 보고 최고등 교육기관(그랑제꼴) 공공기관 연구기관을 파리에서 대거 이전시키고 현지 항공사를 현재의 에어버스로 확대해 글로벌 우주항공 산업의 주도권을 쥐었다. 툴루즈와 그 인근은 산·학·연 클러스터로 조성됐고 그 결실은 인근 지역까지 이어진다. ‘툴루즈 모델’을 사천을 중심으로 한 부울경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

■최고등 교육기관 필요

프랑스 파리에서 툴루즈로 이전한 프랑스 우주항공 분야 그랑제꼴 ISAE-SUPAERO. 정옥재 기자
툴루즈가 성공했던 가장 큰 요인은 교육기관의 이전이었다. 1960년대 샤를 드골 정부는 파리의 그랑제꼴 3곳을 툴루즈로 옮긴다. 그랑제꼴은 프랑스 제일의 분야별 엘리트 양성기관이다. 툴루즈 그랑제꼴 출신들이 현지에서 산학협력을 하며 졸업 후에도 인근 에어버스, 탈레스-알레니아 스페이스(우주 기업) 등의 기업에 취업한다. 인재가 유출되지 않는다.

이 모델을 적용한다면 ▷전국 과학기술원과 서울대 부산대 등의 우주항공 분야를 분리·통합해 사천에 설치하거나 ▷KAIST 우주항공 분야 학과와 대학원을 사천에 이전하거나 ▷우주항공 특화 경남과학기술원 사천 설립 ▷경상국립대 항공우주특성화대학원, 국립창원대 우주항공 캠퍼스, 부산대 우주항공학과의 통합·이전 ▷우주항공 앵커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정부(우주항공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남도 사천시가 출자해 KAI 부설 우주항공대학원대학을 설립하고 이후 이를 그랑제꼴처럼 발전시키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포스코는 1986년 3000억 원을 출자해 포항공대(현재 포스텍)를 설립해 세계적인 공과대학으로 발전시킨 바 있다.

제2의 포항공대처럼 KAI가 출자해 사천지역 우주항공 최고등 교육기관을 신설하는 전략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교육기관 설치 방식 가운데 어느 하나도 쉽지 않다. 각 대학과 지역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을 세계 7대 우주항공 국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사천지역에 ‘특별한’ 교육기관 설립은 필수적이다. 툴루즈는 파리의 그랑제꼴이 이전한 후 지역 대학인 툴루즈3대학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프랑스에서도 유명한 학교가 됐다. 지역 산업이 발전하면서 툴루즈 소재 대학들도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활주로 확장

사천이 우주항공 도시가 된 것은 사천공항 때문이다. 사천공항 활주로 길이는 약 2.7㎞다. 활주로를 연장(3.2㎞)해 항공기 정비사업(MRO)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KAI에서 전투기를 양산하면 비행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이 공항을 활용한다. KAI와 사천공항은 툴루즈-블라냑 공항과 에어버스 총 조립 공장이 붙어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툴루즈-블라냑 공항은 국제공항으로 에어버스 대형 화물기를 띄울 정도로 공항이 활성화된 점은 사천공항과 다르다.

KAI의 MRO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KAEMS)는 사천공항을 활용해 항공기 중정비(분해 후 재조립) 사업을 한다. KAEMS의 중정비 사업이 활성화하면 경제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KAEMS 관계자는 “현재 협동체(Narrow Body)만 가능한데 활주로를 넓혀 대형기(광동체·Wide Body)도 정비할 수 있도록 하면 국부 유출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주로 동남아에서 중정비를 한다. 연간 2조~3조 원이 유출된다. 사천공항 활주로가 연장되면 국내외 노선을 늘릴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우주항공 수도를 표방하는 사천지역 연결성도 좋아진다. 사천공항 활주로 확장이 이뤄지면 김해국제공항 일부 수요가 이전된다. 이전으로 여유가 생기는 김해공항 슬롯(항공기 출·도착 시각)은 중장거리 취항에 활용할 수도 있다.

■국가 집행력 확대

‘툴루즈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부 집행력이 강화돼야 한다. 프랑스의 성공은 중앙 정부의 집행력에 있다. 사천을 우주항공 중심지로 만들자는 논의는 인근 경쟁 도시들과 광역자치단체 간 지역갈등 현안이다. 지역 갈등을 조율하고 다부처 사업 집행력을 높이기 위해 프랑스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프랑스는 다부처 사업, 다지역 사업을 집행하기 위해 DATAR(국토정비·지역매력청·현재의 ANCT)를 설립해 이 기관이 전담하도록 했다.

DATAR는 지역발전 정책 업무가 부처 간 협력 부족으로 생기는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1963년 설립된 총리(내치 실권자) 직속 기구다. DATAR는 레지옹과 같은 광역자치단체와 계획계약(협약)을 맺고 발전 정책을 집행한다.

한국은 프랑스보다 지역 갈등과 부처 이기주의가 심하기 때문에 자문기관에 불과한 지방시대위원회를 집행 기관으로 격상하고 다부처 다지역 사업을 맡기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발전 정책 전문가인 배준구 경성대 명예교수는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시대위원회를 집행기관화하고 여기에 다부처 다지역 사업을 맡겨야 한다. 프랑스 계획계약과 유사한 지역 발전 투자협약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사천과 인근 지자체 간 갈등을 줄이고 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우주항공청 유치 과정에서 사천과 인근 지자체는 갈등했고 아직도 앙금은 가시지 않았다. 김민석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사천은 비행 훈련을 위한 일조 시간이 길고 태풍이 잘 올라오지 않아 삼성항공(KAI 전신)이 공장(현재의 KAI 1공장)을 만드는 등 우주항공을 위해 운명적으로 태어난 도시”라며 “사천에는 기본적으로 공단이 있고 진주는 배후 기능 등을 할 수 있다. 두 도시를 기능적으로 통합하면 하나의 도시처럼 밸리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KPF 디플로마-우주항공 과정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끝-

◇ 툴루즈 모델의 한국적 적용 조건

구분

내용

교육기관 이전 또는 신설

우주항공 분야 최고등 교육시설

공항인프라 개선

사천공항 활주로 확장(2.7㎞→3.2㎞)

정부 집행력 강화

지방시대위원회 활용(집행기관 격상)

지자체 간 갈등 해소

인근 지자체 협의체 가동

사천지역 정주 여건 향상

도시계획 재조정 등

※자료 : 업계·학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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