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택 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년간 주택 거래 상위 10명은 6000여억 원을 들여 4000채가 넘는 집을 사들였다. 주택이 투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단지.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경남 김해시갑)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주택 거래 건수 상위 1000명(개인 기준)이 매입한 주택은 3만7196채로 집계됐다. 금액은 4조3406억7500만 원이었다. 통계 대상 주택은 아파트,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다. 계약일이 2020년 1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로 신고된 거래를 바탕으로 거래 건수와 금액이 산출됐다.

이 가운데 상위 10명의 주택 매수 건수는 4115건, 금액은 6639억600만 원으로 파악됐다. 1인당 663억9000만 원을 들여 평균 411.5채를 사들인 셈이다. 개인별 거래 규모는 1위 794건(1160억6100만 원), 2위 693건(1082억900만 원), 3위 666건(1074억4200만 원), 4위 499건(597억2500만 원), 5위 318건(482억8900만 원), 6위 267건(508억8400만 원), 7위 237건(479억5200만 원), 8위 228건(289억4300만 원), 9위 215건(442억700만 원), 10위 198건(521억9400만 원) 등의 순이었다. 20위만 해도 218억 원을 들여 145채를 매수했다. 개별 사례 중에는 30건의 계약을 체결한 한 개인의 총매수 금액이 498억4900만 원(1건당 평균 16억6100만 원)이어서 고가 주택을 여러 채 산 것으로 추정됐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 같은 일이 지속되면 부동산 시장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다. 또 차익을 노리는 투기가 늘어날 경우 피해는 주거 취약층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민 의원은 “부동산 시장이 이처럼 투기 대상으로 변한 것은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라며 “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한편 투기 심리를 차단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