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인공지능(AI) 대전환’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3배 이상 늘려 총 10조 원대로 편성했다.

이에 따라 전국민 대상 맞춤형 AI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생활밀접형 제품 300개에 AI를 신속 적용하는 ‘AX(인공지능 전환)-스프린트 300’ 사업이 신설된다.

전임 윤석열 정부 당시 대폭 삭감됐던 연구개발(R&D) 예산은 내년 35조 원대로 확정됐다. 이는 올해보다 19% 급증한 것이다. 역대 최대 수준의 증가율이다.

구윤철(오른쪽에서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2026년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동남권에 ‘해양·항만 AX 실증센터’ 구축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26년 예산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첫 본예산이다. 내년 총지출은 728조 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올해 본예산(673조3000억 원) 대비 8.1%(54조7000억 원) 늘어난 액수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AI 3강 도약을 위한 대전환’ 관련 예산을 10조1000억 원 규모로 반영했다. 올해(3조3000억 원)보다 6조8000억 원(206%) 급증했다.

우선 정부는 피지컬(물리적) AI의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한 중점사업 관련 예산을 내년 5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향후 5년간 총액 기준으로는 6조 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AI 로봇 관련 ‘글로벌 AX 혁신 기술 개발’(총 5510억 원) ▷AI 자동차 관련 ‘AX 실증밸리 조성’(총 6000억 원) ▷AI 조선 관련 ‘완전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6135억 원) ▷AI 가전·반도체 관련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9973억 원) ▷AI 팩토리 관련 ‘피지컬 AI 기반 자율제조’ 사업(2조 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피지컬 AI 지역거점 조성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동남권(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해양·항만 AX 실증센터’ 구축 사업이 추진된다. 총사업비는 400억 원이다.

정부는 또 제조·바이오헬스·주택·물류 등 생활 밀착형 제품 300개의 신속한 AI 적용을 지원하는 ‘AX-스프린트(Sprint) 300’ 사업을 내년부터 새로 시행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총 8920억 원이 투입된다.

가령 마이크가 자동으로 음향을 조절하거나 거울이 사람의 피부를 분석해 화장품을 추천하는 등의 방식이다.

●부산에 버티컬AI 연구센터 신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국민 대상 맞춤형 교육도 본격화한다. 우선 정부는 AI 고급인재 1만1000명을 육성하기 위해 AI·AX 대학원 24곳에 총 1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청년인재 육성을 위해 기존 교육도 AI 중심으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AI·이노아카데미 교육 대상은 현재 300명에서 1200명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다. 탑 티어(Top-tier) 등 직업훈련 과정도 신설한다.

그래픽 처리 장치(GPU)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구매 목표 3만5000장을 조기에 확보하고 국립·지방의료원 시스템의 AI 개발 사업을 신설(150억 원)하는 등 클라우드 가속화를 추진한다.

아울러 정부는 버티컬AI 특화 모델을 단기간 내 확보하기 위해 연구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버티컬AI는 특정 산업이나 업무 분야에 맞춤형으로 설계된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의료 금융 제조 법률 등 한 분야에 집중해 깊이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AI다. 가령 버티컬AI가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자동으로 기록하거나 영상 자료를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는 등의 방식이다.

정부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버티컬AI 기술 개발을 위해 국립과학기술연구회(NST) 부설 독립연구센터를 부산과 대전에 각각 설립하기로 했다. 부산에는 연구 목적의 센터를, 대전에는 센터 본원을 구축한다.

이후 이 센터는 바이오·문화·방산·에너지·제조 등 주요 분야의 AX에 필수적인 버티컬AI 기술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게 된다. 센터(부산·대전) 설립 예산은 내년 기준 총 400억 원으로 편성됐다.

●R&D 예산 19.3% 급증

내년 국가 R&D 예산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총 35조3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올해(29조6000억 원)보다 19.3% 급증한 액수다. 정부는 역대 최대 수준의 증가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첨단산업 분야별 핵심 기술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첨단인력 3만3000명 확보를 위한 포르젝트도 추진한다. 지방·신진 연구자의 연구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풀뿌리 소액연구 사업(2000개)을 신설한다.

정부는 또 지난 22일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조성 계획을 공식화한 ‘국민성장펀드’의 모태펀드 출자를 위해 내년 2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