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외국인 해기사가 우리나라 원양어선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또 피지 못할 사정으로 선원들이 근로 계약에 규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 하선했을 때(유기·遺棄)는 선박 소유자가 송환에 들어가는 비용을 내야 한다.

원양어선.

28일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률들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우선 ‘선박직원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외국인 해기사가 한국 원양어선에 선박직원으로 승선할 수 있는 근거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원양업계를 힘들게 했던 선원 고령화, 국내인 승선 기피 등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전망이다. 통계를 보면 원양업계에서 일하는 해기사 가운에 50세 이상은 78.9%에 이른다. 또 신규 선원의 원양어선 승선 기피 현상이 날로 심화되는 중이다.

해수부와 원양업계, 노조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자 지난해 노사정 협의를 통해 외국인 해기사 도입에 합의했다. 그러나 일단은 참치연승 1개 업종에서만 1척당 외국인 기관사 1명의 승선을 허용한다. 제도 도입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또 외국인 선원은 내국인을 구하지 못했을 때만 고용하도록 했다. ‘내국인 선원 우선 고용’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참치연승 어선에 승선하는 모든 내국인 선원에 대해 월 고정급을 50만 원 인상한다는 규정도 들어 있다.

‘선원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선원들의 유기 구제 비용과 재해보상금의 수급을 위한 별도의 계좌를 신설하는 한편 해당 계좌에 입금된 금액은 압류를 금지하게 하는 근거가 담겼다. 유기된 선원의 송환 비용, 생존을 위한 식료품 공급 비용, 의료 지원 등을 위해 선박 소유자가 ‘유기 구제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유기 구제 비용 등이 선원에게 지급되면 압류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이 조치가 선원 가족의 생존권 보장과 생활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밖에 국회에서는 대규모 사업으로 인한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에 대해 원상회복 이행보증금을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하되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공유수면법’, 폐어구 집하장 설치·운영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수산업법’, 신지식인 육성에 관한 근거를 규정한 ‘수산업·어촌발전기본법’ 등 7개의 일부 개정 법률이 함께 통과됐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이번에 개정된 법률은 고령화와 인력난에 시달리는 원양어선에 신규 인력을 공급하는 한편 선원들의 처우 개선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법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개정의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