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강점인 대학 적극 활용해야
- 부산경제에 대한 조사연구 수행
- 청년 이탈 막기위한 지원책도 고민

세계적으로 리쇼어링(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아무리 부산이 기업을 유치한들 미국 프랑스의 주요 도시보다 잘할 수 있을까요? 이건 이것대로 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조(自助) 노력에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다른 기관과 협업해 부산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한녕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이 부산경제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12일 한국은행 부산본부 집무실에서 만난 이한녕(56)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은 부산 경기에 대해 “소비가 개선되면서 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흐름이 있으나 부산에 다수인 내수·중소기업의 상황이 어렵다 보니 체감경기가 지표 경기에 비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 구조적 측면에 대해서는 “부산 경제는 전통산업의 고부가·기술집역 산업으로의 재편이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주요 기업이 역외로 이전하면서 내수 위주의 저성장 구조가 굳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 본부장이 강조하는 건 지역사회의 자조 노력이다. 그는 “외부기업을 유치하는 건 필요하고 중요한 과제지만, 세계 주요 도시가 경쟁적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상황이라 한계가 있을 거다. 최근 해양수산부 이전이나 북극항로 추진 등도 모멘텀이 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자조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이 생각하는 자조 노력은 부산의 강점을 연계해 기업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표를 보면 부산이 유독 강한 분야를 알 수 있는데, 그건 바로 대학이다. 20개 이상 대학에 학생 교수 연구원이 있다. 이를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자체 연구기관 지역언론이 지원한다면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혁신 생태계를 동남권에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커피산업의 예를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커피 원두 전국 사용량의 대부분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는데 우리는 그걸 활용하지 않는다. 단순히 먹는 커피에 머물 것이 아니라 가공하고 부가가치를 올려 수출하면 큰 산업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외국산과 수도권 제품을 쓰지만, 부산과 경남의 뿌리산업과 기계금속 산업을 활용하면 커피 머신도 스스로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돌파구는 지산학 협력을 통한 부가가치 상승”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부산본부는 이와 같은 지역 연구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지역경제에 대한 조사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는 ‘지표로 본 전국과 부산지역 수상운수업 현황’, ‘부산지역 신성장동력으로서의 커피산업 여건 점검 및 발전과제’를 완료했고, ‘부산지역 인구구조 변화가 자영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부산지역 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등을 외부 전문가와 공동 연구 중이다. 이 본부장은 “부산본부는 연구 뿐만 아니라 청년의 이탈을 막기위해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지역 기업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도 관련기관에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이 본부장은 부산 동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쳤다. 199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조사국 금융통화위원실 금융결제국 등 주요 부서를 거친 디지털 화폐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