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경제부처 조직 개편안이 이달 중순께 발표된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위원회에서 정책·감독 기능을 떼어내는 것이 골자가 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도 환경부 등 다른 부처로 이관된다.

기획재정부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연합뉴스

●17년 만에 ‘기획예산처’ 재탄생

10일 정치권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오는 13일 대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편안에는 기재부와 금융위 등 경제부처의 일부 기능 분리·통합안이 포함된다.

기재부의 예산 편성 기능은 국무총리실 소속 기획예산처로 넘어가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돼 기재부가 생긴 뒤로 17년 만에 기획예산처가 재탄생하는 셈이다.

국가의 살림살이를 관리하는 재정 기능도 예산 기능과 함께 기획예산처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획예산처는 중장기 미래 정책 기능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의 미래전략국·경제구조개혁국 역할이 일부 기획예산처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예산처장의 지위는 장관급으로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정책 기능도 기재부에서 분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반영해 위원회 체제로 공공정책을 수립·추진하는 안이 유력하다.

금융위가 맡아온 국내 금융 정책은 기재부가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조직 개편이 확정되면 기재부에 남는 주요 기능은 세제·정책·금융·국고 등이다. 기재부의 이름도 재정경제부로 바뀔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작성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면 2026년부터 5년간 총 476억5300만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국정위는 최근 금융위의 감독 기능을 금융감독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조직 개편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편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금융위원회는 사실상 해체된다.

●산업부 에너지 기능 이관 확실시

기후위기 현안과 관련한 전담 부처 개편 방안도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담긴다. 현재 국정기획위원회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 ▷현재의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놓고 막바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기후에너지부 신설안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에서 각각 에너지실과 기후탄소실을 떼어 새 부처를 하나 더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안은 환경부가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만 이관받아 몸집을 키우는 방식이다.

지금과 같은 논의 방향대로라면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은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나 환경부로 넘어가게 된다. 현실화하면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가 합쳐져 상공자원부가 만들어진 이후 32년 만이다.

이후 상공자원부는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를 거쳐 현재의 산업통상자원부로 이어졌다.

산업부가 외교통상부 시절(2005~2013년) 통상 기능을 외교 부처에 넘겨준 적은 있었지만 에너지 기능을 분리한 적은 없었다.

전통적으로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를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오일쇼크 등 위기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각별히 중요하게 여겨왔다.

환경과 에너지 기능을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지만, 미국발 통상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안보 측면에서 더욱 중요성이 커지는 에너지 정책 기능을 통상·산업과 분리하는 데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 내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관세 정책을 포함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정책이 산업이나 통상과 긴밀히 연결돼 작동할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