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사진) CEO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 약 23조 원의 자율주행용 칩을 맡겼다. 분기마다 수조 원의 적자를 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이번 수주로 숨통을 돌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총 22조7648억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지난 24일부터 2033년 12월 31일까지로 8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다. 이번 공급 계약은 지난해 삼성전자 총매출액 300조8709억 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계약이다.

삼성전자는 28일 공시에서 계약 당사자를 밝히지 않았지만, 일론 머스크 CEO가 SNS X에 “삼성의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며 세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번 계약이 자세하게 알려졌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AI4·AI5·AI6 등 자율주행용 AI 칩을 개발해 차량에 탑재한다. AI4는 현재 삼성 파운드리 평택공장에서 양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를 막 마친 AI5 칩은 TSMC가 초기에 대만에서 생산한 이후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양산한다. 이 가운데 최신형인 AI6는 내년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1㎚=10억 분의 1m) 첨단 공정을 활용해 만들어질 전망이다. 머스크가 자율주행용 AI칩을 삼성전자와 TSMC에 물량을 나눠 맡기는 것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이원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수주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AI 반도체 생산에 활용되는 4나노 이하 첨단 공정 수율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돼, 추후 다른 기업 제품 수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일 계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67.6%, 삼성전자 7.7%였다. 중국 SMIC는 6%로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따라왔다. 반도체 산업은 용도에 따라 메모리와 비메모리(연산) 반도체로, 제품 생산과 관련해서는 팹리스(생산 설비 없이 설계 담당)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전문 업체)로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