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하도급 대금 지급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현금 및 현금성 결제 비율이 86%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도급 업체에 총 100억 원을 지급했다면 이 중 86억 원 정도는 현금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금결제 비율이 10%에도 못미치는 기업이 여전히 존재하는 등 업체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2024년 하반기 하도급 대금 결제조건 공시 점검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 88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 원 이상) 소속 1384개 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액은 총 91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87조8000억 원)보다 3조8000억 원 증가한 액수다.

기업집단별로는 현대자동차의 하도급대금 지급액이 11조64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10조9800억 원) ▷HD현대(6조3800억 원) ▷한화(5조4100억 원) LG(5조2500억 원) 등 순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공시 대상 원사업자의 현금결제(현금·수표 및 만기 1일 이하 어음대체결제수단 등) 비율은 평균 86.19%였다.

이는 2023년 공시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85.67%)과 비교하면 0.52%포인트 상승했다. 현금결제를 하지 않은 기업은 어음(비현금)으로 결제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아울러 현금성 결제 비율은 평균 97.19%로 파악됐다. 현금성 결제는 현금과 수표뿐만 아니라 만기 60일 이하의 상생 결제 및 어음대체 결제 수단까지 포함한 것이다.

하지만 업체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파라다이스·BGF·두나무·엠디엠 등 전체 기업집단의 32%에 해당하는 28개 집단의 현금결제 비율은 100%를 기록했다.

반면 경남 양산에 본사를 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DN(9.48%)을 비롯해 하이트진로(28.77%) KG(30.67%) LS(38.27%) IS지주(41.30%) 등은 현금결제 비율이 낮았다.

하도급 대금 지급 기간은 15일 이내가 평균 68.89%, 30일 이내가 평균 86.68%로 파악됐다. 상당수 기업이 하도급법에 규정된 지급 기한(60일)을 지키는 셈이다.

하지만 60일을 초과해 대금을 지급하는 비율은 한국앤컴퍼니그룹(8.98%) 대방건설(7.98%) 이랜드(7.11%) 신영(3.80%) 글로벌세아(2.86%)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하도급 대금과 관련해 분쟁 해결을 담당하는 ‘분쟁조정기구’ 설치 비율은 매우 낮았다. 총 38개 집단 내 129개 사업자(9.3%)만이 하도급대금 분쟁조정기구를 설치 및 운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