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식회사의 이사 선출 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을 추진하자 경제계는 총집결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여당은 최근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을 개정한 바 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및 경제8단체 부회장들은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상법개정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한상의 제공

경제 8 단체(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무역협회·코스닥협회) 24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3일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에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더 세진’ 추가 입법 논의가 진행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이는 과도한 배당확대, 핵심자산 매각 등 해외 투기자본의 무리한 요구나 경영권 위협이 이뤄질 경우,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주력산업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 8단체는 “경제계 역시 소액주주를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치자는 것”이라며 “기업의 펀더멘털 악화와 가치 하락을 초래해 결국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기업 수가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상황에서 상법이 추가로 개정되면 외부 세력의 경영권 공격이 급증하고 이 과정에서 기업 기밀의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장사 10곳 가운데 8곳은 2차 상법 개정 시 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는 공개했다. 대한상의는 3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영향 및 개선 방안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의 76.7%는 2차 상법 개정 시 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고 24일 밝혔다. 응답기업 74%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동시에 반영되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38.6%가 ‘경영권 위협 우려는 낮지만 가능성 자체는 존재한다’고 28.7%는 ‘주주 구성상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실제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는 곳도 6.7%였다.

39.8%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현재 1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면 ‘외부세력 추천 인사가 감사위원회를 주도해 이사회 견제가 심화할 것’이라고 가장 우려했다. 이어 ‘감사위원 후보 확보 및 검증 부담 증가(37.9%)’ ‘감사위원의 이사 겸직으로 이사회 내 의사결정 방해 및 지연(16.5%)’ ‘경쟁기업 추천 감사위원의 기업기밀 유출 가능성 확대(5.8%)’ 등의 지적도 많았다.

1차 상법 개정의 보완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많았던 가운데 가장 시급한 보완책으로 상장사 38.7%는 ‘정부의 법 해석 가이드 마련’, 27.0%는 ‘배임죄 개선·경영판단 원칙 명문화’라고 답했다. ‘하위법령 정비’라고 응답한 기업은 18.3%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