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의 김을 만들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어업인 소득을 높이고자 수협중앙회가 민간 기업과 힘을 합친다. 동반 상승효과가 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양식장.

21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수협은 오리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김 가공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수협이 가진 원물 공급력·수산업계 내 영향력과 오리온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식품 가공 기술·국제 유통 능력을 결합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이에 수협과 오리온은 앞으로 올해 중 전담 조직( TF)을 만들어 법인 설립 방식, 출자 구조, 제품 기획, 공장 설계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한다. 또 합작법인 설립 이후에는 ▷고부가가치 수산물 상품화 ▷공동 제품 개발 및 브랜드화 ▷수산물 가공 제품의 해외 유통 판로 확대 ▷생산 기반 조성 등을 함께 이행한다. 아울러 김 외에도 수산 가공 산업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오리온이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현재 오리온의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68%에 이른다. 특히 ‘K-푸드’의 세계화를 이끌고자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지에 생산·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오리온이 국내 기관과 협력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에는 농협과 생산법인 ‘오리온농협’을 설립한 뒤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간편대용식인 ‘마켓오네이처’를 개발해 해외 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오리온이 농수산물을 아우르는 가공식품으로 국제 무대를 석권하겠다는 구상을 현실화하는 발걸음을 내디디려는 것으로 풀이한다.

수협중앙회와 오리온이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수협 제공

김은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 핵심 상품이다. 2024년을 기준으로 할 때 국내에서는 연간 1억5000만 속(100장)의 김이 생산됐다. 또 수출액은 9억9700만 달러(약 1조4000억 원)였다. 지난해 전체 수산식품 수출액(30억3000만 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아울러 세계 김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73%로 부동의 1위에 올랐다.

어업인들도 수협과 오리온의 협력을 반기고 있다. 김을 비롯한 국산 수산물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면 안정적인 소득 증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노동진 수협 회장은 “이번 협력은 수협과 오리온의 장점이 합쳐진 매우 이상적인 형태”라며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한국 수산물의 가치와 맛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철 오리온 그룹 허인철 부회장은 “우리나라 수산물의 부가가치 향상과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수협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