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의 대한국 상호관세를 오는 8월 1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남은 기간 실용주의적 국익 극대화에 방점을 두고 (미국과)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한미 통상 협상의 결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여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선택과 결정의 시간인 만큼 랜딩존(합의점)을 찾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주고받는 협상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앞서 여 본부장은 지난 5~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나 ‘관세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여 본부장은 미 관세 조치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한·미 간 상호 호혜적인 제조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는 “사실 지금부터 본 게임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난 한 달간 새 정부가 미국의 협상 파트너들과 실질적인 논의를 진전시켰고 지금은 협상을 가속화하는 단계라고 자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은 한국을 포함해 무역 적자를 구조적으로 바꾸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며 “상호관세 25%를 비롯해 철강(50%)과 자동차(25%)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는 매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대우이며 한미 협력의 가능성을 심히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철폐 또는 대폭 인하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나 어느 나라와 통상 협상을 하든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협상은 없었다”며 “농산물 부분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한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요구한 농산물 개방이나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일정 부분 ‘전략적 양보’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 본부장은 “분명 우리가 지켜야 할 부분이 있지만 또 우리의 제도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 어떻게 보면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유연하게 볼 부분은 분명히 있다”며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협상의 전체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시점으로 지정한) 8월 1일 상황은 지금 예단하기 어렵다. 최상의 시나리오도 가능하고 최악도 가능하다”며 “우리가 처한 협상의 상황은 엄중하다.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