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의약품, 구리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25%)와 철강(50%) 등이 이미 고율의 관세를 적용받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등마저 ‘사정권’에 들었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산업 전반에 미칠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셀트리온 등 개별 기업의 불확실성도 커지게 됐다. 구리의 경우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9일 관계부처와 업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반도체 ▷의약품 ▷구리 등 3개 분야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했다.

특히 의약품과 구리에 대한 관세율은 무려 200%와 50%로 예고됐다. 반도체 관세율은 제시되지 않았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내각 회의가 끝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반도체의 경우 이달 말까지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며 “구리 관세는 7월 말이나 8월 1일에 발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3개 분야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은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 달 초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은 미국 정부가 최근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와 첨단 기술 유치에 총력을 쏟는 것과 무관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598억 달러·이하 올해 6월 기준)에서 반도체(149억7000만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단일 품목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미 반도체 수출에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수출 전반에 미치는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감소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반도체 관세 부과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시장 재편 등이 중장기적으로 업계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약품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예고한 관세율이 무려 200%에 달해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이날 주주들에 보낸 서한에서 “당사는 미국 의약품 관세 부과 움직임을 그동안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별 대응 전략을 준비했다”며 “미국 현지에서의 대응 체제를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 전략까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내 의약품 관세 정책이 어느 시점에, 어떤 규모로 결정되더라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내년 말까지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구리에 대한 50% 품목관세 부과 예고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대미 구리 수출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수출에 직접적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관세 조치로 구리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 공급망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