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합상품 혜택 크나 사고에 취약
- 알뜰폰 활용 통신비용 절감 가능
- KT 등 가입자도 ‘유심보호’ 필요
- 신규대출·비대면 계좌 개설 차단
- 실물 OTT카드로 금융보안 강화

통신사들의 해킹, 네트워크 불통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다. 해커들의 기술력이 보안 기술보다 더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T모바일이 2021년, AT&T는 2023년과 지난해 각각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한 적이 있다.

국내 통신사에서도 수년에 한 번씩 사고가 발생한다. KT 서울 아현지국에서는 2018년 11월 통신구 화재가 발생해 KT망을 이용하는 전국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 주요 구간(유·무선전화 인터넷)이 불통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2023년 1월 초 해커 공격을 받아 18만 명가량의 가입자 정보를 유출당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8일 역시 해커의 공격으로 약 25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 주요 정보가 털렸다.

■결합할인 위험

최근 한 알뜰폰 매장에 각 사 유심이 진열된 모습. 연합뉴스

국내 통신 시장은 과점 상태다. 3개 통신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요금을 높게 책정한 상태다. 통신사들은 가입자 이탈을 막고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결합 할인을 소비자에게 권유한다. 유선 인터넷 서비스와 무선 통신을 같이 사용하거나 가족 간 같은 무선 통신사를 이용하면 할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가족 간에 결합 할인을 받은 상태에서 네트워크 사고가 발생하거나 이번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문제가 커진다. 가족 간 통신 두절, 유심 해킹으로 인한 불안감은 증폭된다.

2018년 11월 KT 통신구 화재 이후 정부 주도로 이종 통신망 간 백업 논의가 있었다. 한 통신사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다른 두 통신사가 이를 즉시 백업해서 통신망 두절 사태를 막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술적·비용적 문제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A 통신사에서 블랙아웃(통신 먹통)이 발생하면 복구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족 간에는 서로 다른 통신사를 이용하는 게 좋다.

서로 다른 통신사를 이용하면 비용이 올라간다. 통신비용을 낮추려면 알뜰폰 서비스(대형 통신사 네트워크를 빌려 사용하는 통신)를 활용하면 된다. 알뜰폰 통신사에 가입하고 가족 간에 서로 다른 통신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연결성’은 보장된다. 최근 SK텔레콤 서비스를 해지하고 한 알뜰폰 통신사에 가입한 한 소비자는 “10년 만에 통신사를 옮겼다. 매달 8만~11만 원 내던 통신비가 대폭 줄었다. 데이터도 충분하고 통화 품질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알뜰폰 제도는 정부가 통신 3사 과점을 완화하고 통신 서비스 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시행한 서비스다. 요금은 대형 이동통신사보다 매월 3만 원 이상 저렴하다. 검색창에서 ‘알뜰폰 허브’로 검색해서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골라 전화나 온라인으로 가입한다. 우체국에서도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가입할 수 있다.

■대형 해킹 대비책은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고에서는 국제 이동국 식별 번호(International Mobile Station Identity, IMSI), 인증 키를 비롯한 가입자들의 중요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소비자가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면 유심(USIM·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 휴대전화에 장착된 개인 식별 모듈)에 있는 IMSI와 인증 키가 통신사로 전송되고 통신사는 이 정보를 보관하다가 가입자가 전화를 걸면 유심칩과 통신사 보관 정보를 대조해 네트워크에 연결한다. 통신사 서버에서는 통신 가입자의 휴대전화 식별번호 IMEI(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ty)도 수집하는데 이 번호는 유출되지 않았다.

유심 보호 서비스는 IMSI와 IMEI가 다르면 접속을 차단한다. SK텔레콤 정보를 빼내 간 해커가 유심을 복제해도 IMEI를 모르기 때문에 통신망에 접속하지 못한다. 복제 유심을 통한 개인 인증도 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상황에서는 유심 보호 서비스는 유효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심을 교체하는 게 맞다. 하지만 물량이 부족해 시간이 걸린다.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 초반에는 대부분의 통신사와 대리점은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유심 보호 서비스를 KT LG유플러스나 알뜰폰 이용자도 미리 가입하는 게 좋다. 부가서비스(무료)이고 모바일 앱으로 가입할 수 있다. 또 자신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로 114로 전화를 걸면 각 사 고객 센터에 연결된다.

■통신사 보안사고가 났다면

이번 SK텔레콤과 같은 대형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2차 금융사고를 막는 것이다. 가까운 은행 창구나 앱에서 ‘여신(대출) 안심 차단 서비스’, ‘비대면 계좌 개설 안심 차단 서비스’를 신청하면 다른 금융권의 신규 대출, 비대면 신규 계좌 개설을 막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은행 지점이 가까운 곳에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럴 때는 시·군·구 또는 읍·면·동 단위까지 있는 우체국 창구에서 두 서비스를 대면으로 이용하면 편리하다. 우체국에서는 신규 비대면 계좌 개설, 여신 거래 안심 차단 서비스를 대면으로 신청(신분증 지참)할 수 있다. 알뜰폰 유심 보호 서비스를 스스로 하기 어려운 어르신이라면 규모가 큰 우체국(읍·면·동 단위가 아닌 시·군·구 단위 총괄국)의 알뜰폰 창구를 방문해서 부가서비스(유심 보호 서비스)를 요청하면 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체국 알뜰폰 창구에서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은 우체국 업무는 아니지만 친절하게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우체국에서는 금융과 통신(알뜰폰 가입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고 나면 모든 서비스(통신사 고객센터, 우체국, 은행, 통신사)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주거래 은행에서 실물 OTP(One Time Password) 카드를 발급받아 두는 게 좋다. OTP 카드는 개인이 실물로 갖고 있으면서 중요한 거래를 할 때 비밀번호를 한 번 더 넣는 방식이다. 비대면 은행 거래 때는 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주민등록증, 계좌 비밀번호까지 알아야 한다. 계좌 비밀번호는 네 자리가 대부분이고 비밀번호를 뚫을 확률은 1만 분의 1로 높다.

자신의 예금 자산을 지키려면 OTP 카드를 통해 한 번 더 보안을 걸어 놓는 게 중요하다. 실물 OTP 카드는 외국의 해커가 물리적으로 뚫을 수 없고 거래를 할 때마다 비밀번호 6자리가 바뀌기 때문에 안전하다.

실물 OTP 카드는 분실하면 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발급 비용은 3000원에서 1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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