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대기업 의존도’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5대 그룹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재계 1위 삼성그룹 한 곳만 보면 GDP의 13.0%를 차지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대기업) 92곳이 지난해 올린 매출은 총 2007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명목 GDP(한국은행 집계 기준 2549조1000억 원)의 78.8%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상위 대기업’으로 불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1조6000억 원 이상) 46곳이 올린 매출액은 1833조1000억 원으로 GDP 대비 71.9% 수준이었다.

기업 매출은 해외 발생분도 포함하기 때문에 GDP와는 범주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렇다 해도 특정 기간의 산출량을 나타낸다는 공통점을 감안하면 대기업 편중 정도를 따지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 등 상위 5대 그룹의 매출액은 1025조 원으로 같은 해 GDP(2549조1000억 원)의 40.2%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삼성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공정위 집계 기준 331조8000억 원이다. 삼성그룹 한 곳의 매출이 우리나라 GDP의 13.0%에 달한 셈이다.

대기업 집중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척결해야 하는 ‘병리 현상’ 혹은 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 등 정권의 시각에 따라 정책 대응은 판이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경제 정책의 한 축으로 삼고 공정위를 앞세워 재벌 개혁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GDP 대비 대기업집단 매출액 비중은 ▷2018년 70.9% ▷2019년 68.7% ▷2020년 65.3% 등으로 점차 떨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위기 대응력이 높은 대기업의 매출이 급증하면서 해당 비율은 2021년 73.5%, 2022년 85.2%까지 뛰었다.

2022년 5월 이후에는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기업 규제 완화 등 친대기업 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GDP 대비 대기업 매출액 비중은 2023년 79.4%, 2024년 78.8%로 문재인 정부 초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코로나19 때보다는 낮았다.

이제 관심은 새 정부의 대기업 정책 방향에 쏠린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대선 후보는 ‘분배’에 방점을 찍었던 2022년 출마 때와 달리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과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한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1호 공약으로 전면에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