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미국발 글로벌 ‘관세 전쟁’ 등 때문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OECD는 17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1.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망치는 지난해 12월(2.1%)보다 0.6%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 정부(1.8%)는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1.6%)과 국제통화기금(IMF·2.0%)보다 낮고 최근 수정된 한국은행(1.5%)과는 같다.

1%대 초반까지 떨어진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치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OECD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2.1%에서 이날 2.2%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의 하방 요인(경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무역장벽 확대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 가능성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정책 제약 및 금융시장 변동성 ▷국방비 등 지출에 따른 장기적 재정압박 우려 등을 꼽았다. 다만 ▷향후 관세인하 합의 ▷지정학적 분쟁 해결 등은 상방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최근 글로벌 무역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세계 경제 성장에 타격을 주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상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을 지목한 것이다.

실제 OECD는 한국뿐 아니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지난해 12월 3.3%에서 이날 3.1%로 하향 조정했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는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며, 무역장벽 강화와 지정학·정책적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가계지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특히 대미 무역비중이 높은 캐나다·멕시코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2.0%에서 이날 0.7%로 1.3%포인트나 낮아졌다. 멕시코 경제는 올해 1.3% 역성장(마이너스)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12월에는 1.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도 2.4%에서 2.2%로 낮아졌지만 이들 국가만큼 하락 폭이 크지는 않았다.

OECD는 우리 정부를 향해 ▷무역장벽 확대 방지를 위한 노력 및 공급망 다변화 ▷근원 인플레이션이 계속 억제되도록 통화정책에 주의 깊게 대응 ▷향후 재정 충격과 지출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규율 확보 등을 주문했다.

OECD는 “경쟁 제한적 규제 철폐 등을 통해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고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등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OECD는 올해 한국의 연간 소비자물가가 지난해보다 1.9%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망치는 지난해 12월(1.8%)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