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 美는 최대 수출교역국
- 주력업종 車·부품 타격 불가피
-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 우려도
- 美, 中과 새로운 무역전쟁 전망
- 조선·화석연료 시장 확대 기회
- 탈중국 글로벌기업도 유치해야
다음 달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재정 확대가 촉발할 고관세·고환율 시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부산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여기에 관세마저 오르면 미국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지만 미국 관세 장벽을 뚫지 못한 중국과 승부를 벌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역 주력산업이 침체하는 상황에서 변화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부산 경제가 버텨낼 수 없다고 우려한다.
■1기 때 수출 급감…이번엔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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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재정 확대가 촉발할 고관세·고환율 시대가 예상되면서 한국 경제는 물론 미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부산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은 부산항 북항의 항만터미널. 국제신문 DB |
30일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미국은 부산의 1위 수출국이다. 2015년 이후 2020년을 제외하고 부산 최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했다. 올해 1~11월도 부산의 대미 수출액은 약 25억 달러로 18.6%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3% 늘었다. 각각 수출 비중 2·3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일본이 10.7%, 3.0%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그나마 미국 수출이 증가한 덕에 곤두박질칠 수 있는 부산 경기가 유지된 셈이다.
내년에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트럼프 1기 때도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하자 부산 수출이 내리막 길을 탔다. 트럼프 1기 집권 첫해인 2017년 대미 수출액이 34억 달러로 전년 대비 5.8% 줄었다. 이듬해 35억 달러로 소폭 오르는 듯했지만 2019년 30억 달러로 급감했고, 사실상 트럼프 집권 마지막 해인 2020년에는 17억 달러까지 내려갔다. 이 때문에 그해 부산 1위 수출국 자리는 중국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때 부산 경제가 맞을 타격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 대선 과정에서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집권 1기 때 대중국 고율관세 부과에 관여했던 제이미슨 그리어를 지명해 이 공약을 실현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 USTR은 국제 통상 교섭, 무역 정책의 수립과 집행, 불공정 무역 조사와 대응 등을 총괄한다.
이렇게 되면 우선 부산 1위 제조업체인 르노자동차의 수출에 제동이 걸린다. 트럼프는 집권 1기 시절인 2018년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연방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고, 자동차에도 부과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번에도 해외생산 자동차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특히 전기차 수출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신종 녹색 사기’라고 맹렬하게 비난하면서 폐지할 것을 예고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청정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자 제정한 이 법은 수백 억 달러의 보조금을 세액 공제 등의 형태로 지급한다. IRA가 폐지되면 전기차 보조금도 사라져 전기차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전기차 판매가 줄면 배터리 제조업체도 영향을 받는다. 내년에 배터리 공장 준공을 앞둔 지역 기업 금양 입장에서는 큰 악재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의 주력 업종 중 하나인 자동차부품은 대미 수출량이 20%가 넘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판매 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도 많다. 지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보편 관세를 적용하면 완성차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IRA까지 폐지되면 이중으로 타격을 받는다”며 “당연히 지역 자동차 부품 생산 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마저 줄어드는 도미노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부산의 중간재 수출액 규모는 약 9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59.3%를 차지했다. 이 중 상당수는 중국으로 수출된다. 어려움은 또 있다. 중국은 미국이 아니라 아세안 등 신흥국으로 밀어내기식 수출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부산 기업은 치열한 가격 경쟁을 치러야 해 이 지역 소비재 수출액 감소가 불가피하다.
■美 대중국 제재는 부산에 기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면 부산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특히 트럼프는 우리나라 조선업의 도움과 협력을 요구했다. 미국은 조선업이 쇠락해 선박 건조 능력이 떨어지지만, 미국 내에서 운항·정박하는 모든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수리돼야 한다고 규정한 ‘존슨 법’에 묶여 새로운 선박을 만드는 것은 물론 수리하는 데도 애를 먹는다.
군함 역시 심각하게 노후해 미국 내부에서도 해군력은 중국에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군함을 건조해 수출하거나, 기존 군함을 수리할 기술과 역량을 갖춘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에 그친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박창민 책임연구원은 “국방 분야 수리조선업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는 함정 건조 등으로 함정 유지·보수·관리(MRO)를 전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동안 부산의 대선조선 등 중소형 조선소는 일감이 부족해 애를 먹었다. 정부 간 논의에 따라 적절한 MRO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지역 중소형조선소 일부를 국방MRO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트럼프가 화석연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예고함에 따라 천연가스, 원유시추용 해양플랜트부품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원자로 승인을 언급하며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 투자 확대를 공약한 바 있어 관련 기자재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선박용 SMR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미국과의 기술 협력 및 시장 확대 기회가 열린다.
전문가들은 기회가 열린 만큼 수출 수혜 업종은 유력 바이어 초청 등 수출상담 기회를 확대하고 박람회 참여를 늘리는 등 해외 마케팅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와 지자체 등에는 환보험, 수출보험, 원산지 증명 지원 등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해외물류 지원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연구원 이상엽 박사는 “미국의 기계 화석연료 에너지 정책과 설비투자 확대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SMR 등 원자력 산업도 수혜가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지산학협력 강화를 통한 기술·품질 등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해 기술 및 지식 기반 혁신형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기업의 유치보다는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한 탈중국을 추진하는 글로벌 기업의 유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 홍자연 선임연구원은 “디지털 헬스케어 등 부산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분야가 많다. 중국에서 이런 신사업을 개발하는 외국계 기업이 많은데 미중 갈등으로 탈 중국을 원하는 기업이 많을 수 있다. 이런 기업을 유치하면 부산은 첨단 기술을 발전시킬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