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진·해일·태풍 등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부산항 등 전국 항만의 여객터미널에 대해 예방 대책을 강화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인명, 공공시설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4일 해양수산부는 ‘자연재해 대책법’을 바탕으로 ‘지진 분야 비상 대처 계획 수립 대상 항만시설물’을 확대·지정한다고 밝혔다. 해수부 규정의 효력 발생 시기는 5일부터다. 지난 2012년 최초 고시 당시 관리 대상인 항만시설물은 24곳이었다. 그러나 이후 새로운 시설 등이 전국에서 잇따라 들어섬에 따라 올해에는 29곳으로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국제여객터미널 9곳, 연안여객터미널 20곳이다. 부산에서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과 국제크루즈터미널, 연안여객터미널 등 3곳이 포함됐다. 경남에서는 통영항 연안여객터미널이 대상이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6월 부산항을 찾아 태풍 대비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비상 대처 계획 수립 대상 항만시설물이 지정됨에 따라 터미널의 관리 주체인 지방해양수산청·항만공사·지방자치단체는 긴급 대피, 비상 운영 계획, 긴급 복구 등의 내용이 담긴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또 기존에 작성된 계획서는 그동안 변경된 여건을 반영해 새로 손질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항만이 대규모 피해를 본 사례는 아직 없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군소 도서국이나 저소득 국가에서 지진, 해일 등으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이 내놓은 자료에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670억 달러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예측이 담겼다. 특히 일본, 칠레 등의 항만을 지진에 따른 타격이 가장 큰 곳으로 언급했다. 이어 각 나라는 기존 항만에서 재해 방지 조치가 필요한 지점을 파악하는 한편 신규 시설을 건설할 때는 재해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수부도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지난 2021년에는 주요 항만시설물 설계 때 ‘파력’(波力)의 발생 빈도를 중점적으로 적용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항만 분야 설계 기준’을 개정·고시하기도 했다. 또 수시 점검을 통해 취약점을 확인한 뒤 보강 작업을 수행한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지진 등은 예측이 어려운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미리 비상 대처 계획을 수립하고 습득해야 한다”며 “이번 고시 개정을 계기로 비상 상황 발생 때 여객터미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 이용객의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