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김동일 예산실장(가운데)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정부 예산이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에 맞춰 건전재정 기조로 편성된다.

정부는 필수 소요를 제외한 모든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하고 우선 순위가 낮은 사업은 예산을 삭감하거나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연구·개발(R&D)과 지역의료 확충 등에는 재정 지원을 강화한다.

정부가 ‘고강도 재정 다이어트’ 기조를 이어가면서 부산시의 국비 확보 계획도 쉽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됐다.

●성과 낮은 사업 삭감 또는 폐지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2025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 계획안 작성 지침’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예산안 편성 지침은 각 부처가 다음 연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준수해야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재정 총괄 부처인 기재부가 이 지침을 공개했다는 것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내년 예산과 관련한 핵심 기조는 강력한 ‘허리띠 조이기’다. 건전재정 기조 확립으로 미래 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재원을 반드시 지출해야 할 분야에 투입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짤 때 ▷재량지출 10% 이상 감축 ▷성과가 낮은 사업 구조조정(삭감·폐지) ▷유사·중복 사업 정비 ▷부담금 원점 재검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량지출은 인건비 등 ‘경직성 지출’을 뺀 것으로 통상 120조~140조 원 규모다. 최소 12조~14조 원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런 방침에 따라 내년 예산 증가율(전년 대비)도 최대한 억제될 전망이다. 올해 예산은 656조6000억 원으로 2023년보다 불과 2.8% 늘었다.

정부는 또 재원 여유가 있는 기금·회계를 다른 기금·회계로 전출·예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해 중앙·지방 간 역할 분담을 합리화한다는 계획이다. 가령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교부금의 여윳돈을 다른 부문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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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신규 사업 발굴에 초점”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 기조가 확정되면서 부산시의 국비 확보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가 지난해 확보한 2024년도 국비 총액은 9조2300억 원이다. 이는 전년(8조7350억 원)보다 5.7% 늘어난 액수다. 역대 처음으로 ‘9조 원 시대’를 열었다.

다만 건전재정 기조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내년도 국비가 대폭 늘어나는 것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건은 증가율이다. 지출 구조조정이 이어짐에 따라 소폭 증가에 그칠 수 있다.

실제 2024년도 국비 증가율(5.7%)은 전년(7.1%)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시 박태원 국비확보팀장은 “정부의 건전재정 방침이 부산시 국비 확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춰 (내년도 국비를)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예산을 ▷경제 혁신 생태계 조성 ▷두터운 약자 복지 ▷미래대비 체질개선 ▷튼튼한 안보·안전한 사회 등 4대 분야에 중점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해 ‘2024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R&D 예산을 다시 확충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과학기술계의 거센 반발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인공지능(AI)과 첨단바이오 등 ‘게임 체인저’ 기술과 대규모 혁신·도전형 전략 프로젝트 사업에 예산을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필요한 소요도 적극 지원한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방 활성화를 위한 투자도 확대한다.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을 목적으로 기업 지방 이전, 지역인재 양성, 생활여건 조성 등을 지원하는 한편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와 지역소멸대응기금 등을 통해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린다.

지역 특화 문화콘텐츠와 관광 자원도 발굴한다. 지방소멸을 방지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 지원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