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소장 일하다 회사 떠안아
- 이오선 대표 13년 만에 빚 청산
- 화학물질 사용에도 공장 청결
- 임직원 평균 연령 32세 수준
- 명절·생일에는 소소한 이벤트
- 삼성 도움으로 스마트공장 구축
“13년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공장에서 일만 했어요. 하얀 양말이 까맣게 될 때까지 작업하고, 트럭 몰고 납품 다니며 오로지 빚 갚는 데만 몰두했죠. 13년 동안 밖에서 내 얼굴을 본 지인이 없어요.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생각도 여러 번, 언제부턴가 주어진 일을 풀어가는 것이 나의 역할인가 보다 했어요. 빚을 10여 년 갚고 보니 회사에 정상적인 작은 흐름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회사가 성장하고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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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플레이팅 이오선 대표가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 내 자사 공장을 소개하고 있다. 동아플레이팅은 제조 중소기업임에도 고도의 자동화시스템과 생산관리시스템을 갖춘 스마트공장을 구축해 젊은 직원들이 선호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원준 기자 |
동아플레이팅은 1997년 부산 사상구에서 동아금속으로 출발해 현재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 내 공장을 둔 표면처리(도금) 기업이다. 8500여 종의 제품을 생산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국내 대기업 1차 협력사 등과 거래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회사가 성장했고, 이제는 제조 기업임에도 세련된 업무 공간과 스마트한 공정 시스템을 갖춰 젊은 직원이 찾는 기업으로 주목받는다.
동아플레이팅이 지금에 이른 데는 이오선 대표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 37세 나이에 보험회사 소장을 하다 돈을 빌려준 도금 회사가 무너졌고, 이 대표가 담보였던 회사를 떠안으며 운명처럼 도금의 길에 들어섰다. 도금의 기초도 몰랐던 그는 2019년 4월 국내 제조 업계 여성 최고경영자(CEO)로는 처음으로 ‘기능한국인’에도 선정됐다. 넘겨받은 빚을 갚고자 현장에 매달리며 기술을 온몸으로 익힌 결과다.
동아플레이팅은 특히 지역 제조업계에서 젊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눈길을 끄는 곳이다. 많은 화학물질 사용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는 공장은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사무실 공간 역시 아늑하게 조성됐다. 젊은 직원들이 제조업을 기피한다고 하지만 이곳 임직원 평균 연령은 32세 수준. 이마저도 20대에 입사한 직원들의 근속이 길어지면서 높아졌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직원들은 사장실을 옆방처럼 드나들며 스스럼없이 회사 고충을 털어놓곤 한다. 비자가 만료돼 자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노동자는 몇 년이 지난 후 외국인 직원을 더는 받지 않는다는 동아플레이팅의 문을 여러 번 두드려 재입국했다.
이 대표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부당함을 견디지 않는다. 회사 곳곳에서 부당한 일을 겪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재미’도 중요한 요소다. 명절이나 생일에는 함께 소소한 이벤트를 벌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성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 있는 동안에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에서 성장한 친구가 이직하는 것에 대해 서운해하지 않는다. 내가 가르쳐서 다른 회사를 간다 해도 대한민국 표면처리 업계는 발전한 것 아니냐. 멘토가 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2022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동아플레이팅 방문은 당시 화제가 됐다. 동아플레이팅은 2018년 삼성전자가 사회적책임 사업 일환으로 중소기업 제조 현장을 스마트공장으로 고도화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공장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삼성전자 전문가들은 현장에 방문해 알맞은 자동화 시스템과 생산관리시스템을 도입하도록 도왔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불량률이 감소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고 제조 현장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스마트공장 고도화 3.0 단계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삼성의 ‘관리 DNA’를 우리 회사에 이식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모든 공정과 관리 시스템은 당시 도입했던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인생을 바쳐’ 지금의 동아플레이팅을 만들었다는 이 대표에게 회사는 모든 것이다. 변화와 도전을 거듭하며 성장한 이 대표는 척박하기로 유명한 이 산업을 바꿔보겠다는 꿈이 있다. 오랫동안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변화를 위한 고통은 불가피했다. 그는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고 아프기도 하다”며 “아프지만 그런 시도가 있어야 나아가고 변화하는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절대 바꿀 수 없다. 100년 기업 동아플레이팅을 꿈꾸면서 산업 전반의 발전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