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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귀반사필름으로 세계 안전망 기여…시장 80% 휩쓴 강자

불황을 모르는 기업 <2> 지비라이트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24-01-23 18:56:30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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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화·야간 작업복 등에 부착
- 한밤중에도 사람과 사물 식별
- 다품종·소형화 속도 경영 주력

- 나이키로 시작 유명브랜드 납품
- 인니에 제3의 공장 공급망 확대
- 고급인재 키우고 성과제 등 정착
- 이인환 대표 “지역동반성장 할것”

부산 강서구 소재 ‘지비라이트’는 전 세계 재귀반사필름 시장 점유율 80%를 기록 중인 업계 1위 기업이다. 소재 표면에 아주 미세한 크기의 유리구슬을 깔아 물체로 들어온 빛이 분산되지 않고 본래의 방향으로 돌아가게 하는 ‘재귀반사 필름’은 야간 작업복이나 운동화 등에 부착돼 한밤중에도 사람이나 사물을 정확히 식별하도록 한다. 형광 물질과 달리 가시거리가 길어 2㎞ 떨어진 곳에서도 포착이 가능하다. 지비라이트 이인환(62) 대표는 “안전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 강서구 ‘지비라이트’ 이인환 대표가 자사 재귀반사필름이 부착된 나이키 운동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촬영 당시 카메라 조명을 받은 신발 속 재귀반사 필름이 반짝인다. 메쉬 소재 아래 필름을 넣어 디자인을 강화한 기법은 지비라이트가 최초로 도입해 확산됐다. 이원준 기자
■환경 급변, 신속 대응으로 위기 극복

회사 창업을 한 것은 1997년. 시작하자마자 IMF 위기를 겪어야 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출발이었다. 당시 세계 재귀반사필름 시장은 3M이 석권하고 있었다. 틈을 비집고 들어갈 방법을 찾던 이 대표가 주목한 것은 도요타가 고안해 유행했던 적시생산시스템 ‘JIT(Just in time)’였다. 자재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필요한 물건이 필요한 때에 적시 공급되는 방식을 가리키는 것인데, 공간과 자원을 줄이는 동시에 불필요한 제조 공정 단계도 줄일 수 있어 기업들 사이에 활용되고 있었다.

발주 업체로서는 자재나 부품을 적시에 공급받을 수 있지만 납품 업체는 구체화된 주문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지비라이트는 후발주자로서 다양한 주문에 능동 대응키로 했다. 기존 업체가 최소 구매 수량을 500m로 정해놓았다면 지비라이트는 1m 주문도 받았다.

이 대표는 “제품 기술력도 갖췄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대동소이한 것이 현실이었다”며 “같은 방법으로는 경쟁이 어려우니 다품종 소형화 주문에 타 업체보다 신속하게 대응했다. 창업 초기부터 그 방식에 익숙했고, 해를 거듭하며 노하우가 생겼다. 그렇게 시장을 조금씩 점유해 갔다”고 말했다.

매출의 대부분이 신발에서 발생하는 지비라이트는 나이키와 첫 거래를 시작으로 아디다스 리복 뉴발란스 등 세계 대부분의 신발 브랜드까지 거래를 확장했다. 이 대표는 “재귀반사필름이 그나마 대량으로 거래되는 곳이 신발업체였다. 볼륨이 큰 곳부터 시작해야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 판단해 나이키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지속적인 투자, 인력 확보에도 최선

지난해 지비라이트 연간 매출은 약 460억 원가량으로 추산한다. 매출은 꾸준한 증가 추세를 나타내다 팬데믹이 끝나고 되레 제자리에 머물렀다. 야외 활동이 늘고 신발과 같은 패션용품 소비도 따라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과거와 달라져 있었다.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개성 있는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판매량 예측 실패에 따른 재고 과잉도 한몫했다. 이 대표는 “변화를 겪고 있는 이 시기가 중요하다. 그동안 잘 헤쳐 나온 것처럼 이번에도 어려운 환경을 기회로 삼고 추진 동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비라이트는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하고 올해 투자액만 100억 원을 책정했다.

이 대표는 “기존 글로벌 공급 축은 한국과 베트남 등 2곳이었는데, 사무실만 있던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다음 달에 공장 건립 계약을 맺는다. 국내 투자 역시 병행한다. 지난해 갖춰놓은 스마트팩토리 고도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9, 10월까지는 마무리 짓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기업이 끊임없이 재투자를 하지 않으면 이윤은 발생하지 않는다.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품질 고도화와 투자를 멈추지 않았기에 시장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중국의 물량 공세 등에 방어하기 위한 기능과 디자인 고도화와 함께 품목 다양화를 통해 수익 저변을 넓혀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무엇보다 중시하는 또 한 가지는 ‘인재 확보와 양성’이다. 직원들의 세련되고 쾌적한 근무환경은 지비라이트의 자랑이다. 실제 방문한 사무공간은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함께 널찍한 여유공간이 돋보였다. 넓은 여유공간을 오가다 보면 상상력과 역량을 펼쳐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자유로운 사무공간은 자유로운 조직 분위기도 반영한다. 직급을 ‘멤버-매니저-디렉터’로 단순화해 연공서열을 없애고 능력 중심의 성과제를 정착시켰다.

이 대표는 “부산에서 가장 뛰어난 사무실 환경이라고 자부한다. 구내식당 단가도 높여 좋은 식사를 제공하고 연말 휴가도 확실히 보장하는 등 직원 복리후생에 신경을 쓰려 한다”며 “좋은 환경으로 좋은 인재를 모시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 인력은 물론 디자인 인력까지 늘리면서 인재들과 함께 발전해 가는 기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비라이트가 무엇보다 지역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며 “여러 도전 속에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늘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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