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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전장품 독보적 기술력…“벤츠·BMW도 우리 부품 써요”

불황을 모르는 기업 <1> 퓨트로닉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24-01-09 18:53:43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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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와 기나긴 불황 속에서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으로 이를 헤쳐나가는 기업이 있다. 국제신문은 신년을 맞아 강한 저력을 보여주는 지역기업을 차례로 소개한다.
퓨트로닉 고진호 대표가 부산 해운대구 본사 제조 공장에서 생산하는 독보적 기술력의 자사 자동차 전장부품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부품 40종 글로벌 업체에 납품
- 해외기업 공동기술개발 요청도

- 작년 매출 1800억… 98% 수출로
- 영업이익률 24%, 공급망도 안정
- 2년마다 전 직원 해외여행 혜택

부산 해운대구 소재 자동차전장품 제조업체 ‘퓨트로닉’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거센 외풍에도 부침 없이 성장을 거듭하는 강소기업이다. 들여다볼수록 기업 면면은 탁월하다. 우선 매출액의 98%를 해외에서 발생시키면서 국내 경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포드 스텔란티스(옛 크라이슬러) 닛산 벤츠 BMW 폭스바겐 재규어 랜드로버까지 세계 주요 자동차 브랜드가 퓨트로닉의 거래처다. 영업이익은 여타 자동차 부품 업체를 크게 상회한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 영업이익은 많아야 5% 전후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지만 퓨트로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를 보였다. 일정 수준 이상 이익이 확보되지 않으면 거래를 하지 않는 대표의 소신 덕이다. 그렇게 남은 이익은 직원 복리후생으로 돌아간다. 2년마다 모든 직원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행사는 퓨트로닉의 잘 알려진 직원 복지 중 하나다.

■‘1人1技’…기술은 마르지 않는 광산

퓨트로닉이 최근 구축한 스마트공장 모습. 전민철 기자
퓨트로닉 성장의 핵심에는 ‘기술’이 있다. 엔지니어 출신의 고진호(61) 대표는 회사의 슬로건을 ‘기술은 마르지 않는 광산과 같다’고 소개했다. 광산은 파고 들다 보면 고갈되지만 기술은 파면 팔수록 새로운 기술이 재탄생한다는 얘기다.

고 대표는 “회사에 ‘1인 1기(1인 1기술)’를 크게 써 붙였다. 회사의 경쟁력은 직원들에게서 나오는데, 모든 직원이 자신만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라며 “직원의 90%가 공대 출신이지만 비공대 직원도 있다. 이들이라고 기술을 갖추지 말라는 법 없다. 가령 엑셀을 자주 쓰는 경리직이면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빠르고 정확하게 문서를 만드는 것이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주력 제품은 자동차 전장품이다. 자동차의 계기판 서스펜션부터 문을 여닫는 제어 장치까지 모든 전자제어 장치품으로, 향후 10년 이내 자동차 전장화는 70%까지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 기술 사이클은 최소 5년. 부품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하기까지 3년으로 보는데 고 대표는 “한 발 앞서서 필요한 기술을 만들고 완성차 업체에 먼저 제안도 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가 기술을 요청하기 이전에 개발을 해두는 것이다. 덕분에 퓨트로닉은 세계 유수 완성차 브랜드에 약 40종 품목을 ‘싱글 소스(상품이나 서비스의 유일한 공급자)’로 제공하고 있다.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로,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면서 연간 매출은 지난해 1800억 수준을 달성했다.

■사업 만 34년 차 “될 때까지 한다”

1980년대 한양대 공대 재학 시절 전공에 몰두했던 고 대표는 공부에 자신감이 붙어 출간한 수험서 세 권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돈을 벌었다. 수험서 판권을 출판사에 팔아 만든 2억 원을 밑천 삼아 1990년 창업했다. 목돈이 필요하니 10%씩 받던 인세 대신 판권을 팔겠다고 말하자 출판사 사장은 ‘꼭 사업에 성공하라’며 실 판권비 1억 원에 1억 원을 더해줬다. 고 대표는 “넉넉하지 않은 시골 마을 형제 많은 가정에서 자라 공부만 열심히 했다. 도움 주는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사업도 쉽게 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고 허튼짓 안 하려고 했다”며 “마냥 좋지 않고 정말 어려울 때도 많았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며 나름대로 내실을 갖춰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고 대표도 처음부터 해외로 진출한 것은 아니었다. 국내 대기업에도 납품을 했지만 외부 여러 요인에 영향을 크게 받는 거래 특성상 안정적인 경영이 쉽지 않았다. 새로운 활로를 찾던 그는 20년 전 해외로 눈을 돌리고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각종 전시회부터 기회란 기회는 모두 두드리며 수출할 방법을 찾았다. 마침내 미국의 한 기업과 첫 매출을 발생시키기까지는 6년이 걸렸다. 해당 회사 방문 36번째 만이었다. 거래를 트기 위해 미국 땅만 수십 번을 오간 것이다. 첫 거래에서 보여준 신뢰와 기술력이 점차 전 세계로 확대됐다. 지금은 해외에서 먼저 공동 기술개발을 제안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고 대표는 “적정한 개발비까지 받고 있어 이익률이 높다”며 “될 때까지 하는 것이 내 신조다. 직원들에게도 항상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도 내게서 ‘안 된다’는 얘기는 듣지 못할 것”이라고 웃었다.

■높은 직원 행복지수…사회환원 최선

퓨트로닉은 2년마다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여행을 보내준다. 2015년부터 시작한 ‘여행복지’다. 지난해 9월 모든 직원과 동반 가족 215명은 캐나다로 8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정규직이 아닌 청소 용역업체 직원 2명도 동행했다. 직원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공장을 멈춰야 하고, 막대한 경비가 들어가지만 고 대표는 이를 중단할 생각이 없다. 그는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들은 가족이다”며 “직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곧 기업 이익 증대와 주주 이익 증대로 귀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환원에는 책임감을 느낀다. 고 대표는 회사 소재지(해운대구 석대동) 인근 영산대에 현재까지 발전기금 3억 원을 전달한 데 이어 부산지역 사립대학 여러 곳에 기부해 왔다. 그는 “우리 회사에 주부사원이 200명 가까이 된다. 대부분 근처에 살고 자녀들도 이 지역 학교를 많이 다니는데 가정환경이 어려운 분도 적지 않다. 어떻게 도움을 전할까 고민하다가 학교 기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발전기금은 일회성이 아닌 재취업 교육 등에 쓰이도록 했다. 고 대표는 “기업경영 목표는 딱 두 가지, 직원 행복 지수 극대화와 기술 중심의 성장이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일터에서 끊임없이 연구하며 세계 최고 자동차 전장 전문기업으로 커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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