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정그룹 40여년 간 332억 기부
- 청소년·스포츠 인재육성 등 다양
- 나눔 국민대상서 훈장 동백장 받아

“좋은 일 하는데 계기가 따로 있겠습니까. 그늘진 곳에서 어렵게 사는 분들이 여전히 계신데, 기업인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가진 자들이 사회에 내어 놓는 것이 옳지요. 기업 이윤을 꾸준히 환원하면서 세상이 밝고 맑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사회도 더 힘 있게 나아갈 것이고요.”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이 기부와 봉사를 지속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 세정그룹 제공

세정그룹 박순호(77) 회장은 지난 50년 동안 세정그룹을 이끌어 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기부와 봉사를 꾸준히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는 2008년 12월 부산에서 1호로 가입했고, 매월 90만 원 상당의 개인연금 전액을 기부하는 ‘은빛연금기부’ 국내 1호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정그룹이 40여 년 동안 기부한 액수는 332억 원에 달한다. 기부처 또한 사회복지시설, 청소년 장학, 스포츠 인재 육성, 국가재난구호까지 다양하다. 업계 최초로 사재 포함 330억 원을 출연한 사회복지법인 ‘세정나눔재단’은 사회 공헌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나눔 공로를 인정받아 박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나눔 국민대상’ 시상식에서 단독으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보건복지부 KBS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주최로 나눔을 실천해 사회적 귀감이 된 이를 발굴 포상하는 시상식이다. 박 회장은 “훈장 받으려고 한 나눔도 아닌데 영광일 따름”이라며 “가진 것을 나눌 때 기쁨을 느낀다. 세정그룹이 내년이면 50주년인데, 나눔은 반세기 기업 경영의 원동력이기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회장이 나눔을 처음 시작한 것은 40여 년 전 경남 삼랑진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서다. 아내 손에 이끌려 겨울 새벽 바람을 맞으며 600여 명 분의 옷가지와 떡을 준비해 방문한 기억이 남아있다. 그는 “추운 날씨였는데 돌아오는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 이후 아내와 함께 나누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스포츠에 대한 기부도 남달랐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대한요트협회 회장을, 1998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시 배드민턴협회장을 역임하며 두 종목 후원액만 50억 원을 넘긴다. 비인기종목이라 투자도 열악했던 요트 분야는 후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하는 성과도 냈다. 당시 박 회장은 인천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을 맡았다. 박 회장은 “유망한 선수를 발굴하고 키우는 건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인데 투자가 필요하니 원활치가 않다. 선수 육성에 특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1974년 부산에서 ‘동춘섬유공업사’로 출발한 세정은 ‘인디안’ ‘올리비아로렌’ 등 10여 개 브랜드와 패션 전문점 ‘웰메이드’ 등을 운영하며 대표 패션유통 전문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나는 나의 혼을 제품에 싣는다’는 창업 이념으로 내년이면 50주년을 맞은 세정은 앞으로도 나눔을 지속한다는 목표다. 박 회장은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은 2006년 모범납세자로 재정경제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2014년 한국 섬유패션산업 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