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원’.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상생 금융 규모다. 횡재세 법제화에는 논란이 있지만, ‘이자 장사’로 돈을 번 은행이 이 정도는 내놓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자영업 다중대출자의 연체액이 1년 새 2.5 배로 뛰어 13조 원을 넘는 등 상황도 은행권에 우호적이지 않다. 금융지주는 오는 27일 은행장 회의에서 구체적인 비용 분담 방안을 논의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사에 대한 상생금융 요구를 촉발시킨 자영업자의 상황은 더욱 악화한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 원, 그 수는 11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모두 역대 최고다. 이들의 연체액은 13조2000억 원, 연체율은 1.78%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 대비 연체액은 2.5배에 이르고, 연체율은 2.4배 치솟았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1800만 원으로 2020년 1분기(4억3000만 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부산 자영업 다중채무자 평균 대출액도 4억2700만 원으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이에 정치권과 당국의 상생금융 요구는 더욱 거세진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21일 이른바 ‘횡재세 법안’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했다. 본격적 논의는 28일 시작한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금융사 초과이익의 최대 40%를 부담금 형태로 징수하는 내용이다. 법이 통과하면 올해 기준 은행이 부담할 ‘횡재세’는 약 2조 원이다. 국민의힘과 금융당국은 횡재세 도입에 부정적이지만, 금융지주사가 이에 준하는 비용 분담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8대 금융지주는 분담 비율을 놓고 고심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5대 금융지주가 1조5000억 원, 3대 지방금융지주가 5000억 원을 내놓을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금융사별로 분담액을 놓고 논란도 인다. 금융당국이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데다 금융사 규모와 이자수익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는 3분기까지 총 15조6495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KB 4조3704억 원 ▷신한 3조8183억 원 ▷하나 2조9779억 원 ▷우리 2조4383억 원 ▷NH농협 2조450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방 금융지주는 1조5751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BNK(부산·경남) 6570억 원 ▷JB(전북) 4934억 원 ▷DGB(대구) 4247억 원이다.

BNK금융은 상생금융에 적정 수준의 분담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비용 분담 이후가 더 문제라는 우려도 한다. 규모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횡재세 법제화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전 국민이 고금리 고통을 받는다는 점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혜택이 집중되면 형평성 논란도 커질 수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비용 분담을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동 대응키로 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