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리야드 지지 각각 4개국
- “사우디와 달리 소통 외교 특화”

“부산 4개국, 리야드(사우디) 4개국,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은 국가가 3~4개국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판단한 태평양도서국의 2030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를 노리는 경쟁 도시에 대한 표심이다. 태평양도서국은 카리브해 연안국, 아프리카 국가들과 함께 2030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할 때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나라들이다. 엑스포 유치위는 이들 국가에서 절반이상을 확보하면 승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8일(현지시간) 남태평양 쿡 제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 현장에서 시티베니 라부카 피지 총리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미팅하고 있다. 쿡 외무·이민국 X 캡처 연합뉴스

이들 국가 중 투표권을 가진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은 11곳. 조 장관이 밝힌 태평양도서국 판세는 부산과 리야드의 혼전 양상이다. 조 장관은 지난 14일 국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사우디 어느 쪽도 이곳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막판 판세를 전했다.

조 장관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함께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쿡 제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를 찾아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태평양도서국 표심의 중요성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와 사우디가 벌인 유치전도 치열했다. 조 장관은 “우리가 만난 각 국 인사를 곧바로 사우디 측이 접촉하는 일이 벌어지니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장관은 ‘부산 승리’를 전망했다. 국제 관행에 맞지 않은 사우디의 외교전이 곳곳에서 목격됐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태평양도서국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정상회의 기간 내내 그곳에서 제공한 의상을 입었다. 그것이 ‘드레스 코드’였다. 그런데 사우디는 자국 의상을 착용했다. 사소한 것이지만, 사우디의 외교가 치밀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우디 태도에 불쾌하게 생각하는 인사도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태평양도서국에서 벌인 양국 외교전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를 앞세워 ‘소통 외교’에, 사우디는 짧은 시간 여러 곳의 개별 국가를 따로 만나는 ‘담판 외교’에 집중했다는 후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쿡 제도에서 삼성의 글로벌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인 ‘삼성 솔브 포 투모로우’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삼성의 글로벌 청소년 CSR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쿡 제도 교육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내년부터 쿡 제도 청소년이 미래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