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 연합뉴스

중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최근 급격히 악화하면서 올해 하반기 반등을 노리는 우리나라 수출이 또다시 먹구름에 휩싸였다.

현지 부동산 업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역시 국내 기업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3575억 달러)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19.6%로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역액(7398억 달러) 대비 중국 비중도 20.9%에 달했다. 세계 경제의 주요 성장 엔진 역할을 해 온 중국이 여전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셈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4개월째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따른 중국 내 주요 도시 봉쇄 때문이다. 올해 1~7월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 급감했다.

문제는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기류에 맞춰 올해 하반기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 경제가 오히려 악화 흐름을 보인다는 점이다.

내수 경기 가늠자인 7월 중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10.6%까지 오른 이후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지만 6월 3%대로 급속히 떨어지더니 이번에 더 내려갔다. 지난달 산업생산 증가율도 3.7%에 머물렀다. 지난 6월(4.45%)은 물론 시장 전망치(4.5%)에도 못 미쳤다.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각각 0.3%와 4.4% 하락했다. 두 지수 상승률 모두 2020년 11월 이후 3년 여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저물가 현상) 국면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의 7월 수출 증가율은 -14.5%로 코로나19로 경제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수입은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 감소세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수출입에서 부진을 겪으면 한국은 대중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 플러스’ 달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경기 회복이 늦어질수록 한국의 주력 대중 수출품인 반도체, 화학제품, 무선통신 기기 부품,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제조 장비 같은 중간재부터 화장품 같은 소비재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의 수출 전망이 밝아지기는 어렵다.

중국 내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험에 몰린 것도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디폴트 위기가) 당장 우리 금융시장이나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금융·실물 부분에 미치는 영향은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필요한 경우 관계 당국과 협의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