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이 내달부터 하루 약 115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 감산한다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올 연말까지 하루 366만 배럴을 감산할 전망이다. 7개월간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3% 규모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를 자극해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이터=연합뉴스

OPEC +가 자발적인 원유 생산 축소를 깜짝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매일 ▷사우디아라비아 50만 배럴 ▷이라크 21만1000배럴 ▷아랍에미리트 14만4000배럴 ▷쿠웨이트 12만8000배럴 ▷카자흐스탄 7만8000배럴 ▷알제리 4만8000배럴 ▷오만 4만 배럴 추가 감산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는 이번 추가 조치에 대해 “석유시장의 안정을 위한 예방 조치”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번 달부터 3개월간 50만 배럴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알렉산더 노박(Alexander Novak) 러시아 부총리가 1일 밝혔다.

OPEC+는 지난해 10월에 올해 연말까지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날 조치는 이 감산 규모를 더 늘린 것이다.

OPEC+의 하루 감산량은 총 366만 배럴로 늘어났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3.7%에 달하는 규모다.

이날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년 새 장중 최고인 8% 오른 배럴당 81.58달러(약 10만7000원)까지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전일 종가 대비 8% 급등한 배럴당 86.44달러(약 11만3000원)까지 웃돌았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연말 배럴당 9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에는 배럴당 100달러(약 13만1600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투자 회사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댄 피커링(Dan Pickering) CIO는 로이터에 이번 감산은 “은행 위기와 수요에 대한 우려” 대응 차원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더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 원유가격은 글로벌 경기 침체, 은행 위기 등으로 올해 1분기에 2020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연말까지 국제 유가 상승은 불가피해졌다.

미 백악관은 OPEC+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 내 휘발유 가격에 초점을 맞춰 원유 생산 및 소비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미국은 OPEC+의 생산 축소로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금리 정책에 관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투자자들은 OPEC+의 발표가 있기 전까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5월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물가 상승이 주춤한 점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날 결정으로 기준금리 향방이 불확실해졌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는 3일 오전1시께 기준금리 동결(4.75%~5.00%) 가능성이 42.1%, 기준금리 베이비스텝 인상(5.00%~5.25) 가능성이 57.9%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만 해도 각각 59.8%, 40.2%로 동결이 우세했지만 이젠 0.25%포인트(P) 인상이 앞섰다.

이번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압박을 피할 수 없다. 한미 간 기준금리차는 1.5%P로 22년 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이번 감산 조치에 원유 가격이 오른 만큼 국내 휘발윳값도 상승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 정보가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1년 새 최저치인 리터당 1564원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리터당 1500원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상승기류를 탄다면 국내 휘발윳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휘발유 가격에 미치는 시차는 일반적으로 2주 정도로 보고 있다.

OPEC+의 본격적인 추가 감산이 이뤄지는 다음 달부터 국내 소비자가 유가 상승을 체감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