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했다.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인상 행진이 일단 멈췄다. 하지만 미국 긴축 속도나 강도, 환율과 물가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4월 이후 계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음 달부터는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패스(경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굳이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갈 필요가 없다”며 “(이번 동결이) 경기를 위해 물가를 희생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물가’를 주로 강조했지만, 이번 동결은 경기 침체 관련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으로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도 배당 증가에 힘입어 겨우 26억8000만 달러(약 3조3822억 원) 흑자를 냈지만, 반도체 수출 급감 등으로 상품수지는 석 달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 335억4900만 달러)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 적다.
수출 감소,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90.2) 역시 1월(90.7)보다 0.5 떨어졌다. 민간 소비조차 움츠러든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7%에서 1.6%로 낮췄다.
이 총재는 “이번 동결은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금통위원 7명 가운데 5명은 당분간 기준금리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