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를 앞둔 가운데 부산 울산이 여야가 추진 중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고리원전의 영구 핵폐기장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 반발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용후핵연료 중간 또는 영구저장시설 설치 근거가 최소한 법적으로는 완성되는 만큼 오히려 고리원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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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고리1발전소 내 고리1호기와 2호기 전경. 1호기는 2017년 6월을 끝으로 영구정지했고, 2호기는 계속운전(수명연장)이 추진 중이다. 고리본부 제공 |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야는 국회 상임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된 총 3개의 고준위 특별법과 관련해 ‘2월 중 국회 본회의 처리’를 추진 중이다. 현재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심사소위를 통과하면 상임위 전체회의로 넘어가고 이 단계를 통과하면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대승적으로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준위 특별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사용후핵연료 중간 또는 영구 처분 시설을 원전 이외 지역에 설치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특히 ‘중간·영구 처분 시설을 조속히 확보하도록 국가에 책무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주무 부처인 산업부 등에 일종의 ‘압박’을 가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처분 시설 부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적어도 법적으로는 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처리 절차가 마련되는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고준위 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것은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기(조밀저장대 미설치 때 2028년, 설치 때 2032년)가 다가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 사용후핵연료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 원전 가동이 멈추게 되는 만큼 ‘처분 시설 마련’을 법적으로 못 박아 이런 상황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 역시 “고준위 특별법은 우리나라가 원전을 사용하는 한 피해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3개 특별법 중 1개 법안(국민의힘 김영식 의원 대표 발의)에서만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기한을 ‘2043년’으로 명문화했을 뿐 나머지 법안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2043년까지만 저장한다는 내용 역시 중간·영구 처분 시설이 마련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고준위 특별법이 시행되더라도 중간·영구저장시설을 확보하지 못하면 고리원전의 영구 핵폐기장화가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후 총 9차례에 걸쳐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시도했으나 지역 반발 등으로 모두 무산됐다. 사실상 ‘국가적 난제’로 인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