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키덜트(Kidult)’ 열풍이 불면서 유통업계도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키덜트’는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여전히 아이와 같은 감성을 간직한 어른을 뜻한다. 2023 트렌드코리아가 선정한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가 ‘네버랜드 신드롬(나이 들기를 거부하고 취향에 따라 소비하는 현상)’일 정도로 ‘키덜트’ 열풍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모델이 ‘산리오 캐릭터 캐리어’를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부산에서도 ‘키덜트’를 공략한 캐릭터 소품가게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오후 찾은 부산 중구 국제시장 골목에 위치한 ‘산리오 캐릭터’ 소품가게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북적였다. 10여명의 손님들이 동시에 가게 안팎을 구경했으며, 지도를 보고 가게를 찾아온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손님 대부분은 10대~30대 여성이었다. 이 가게는 산리오 짱구 포켓몬스터 등 다양한 캐릭터 소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부산 명소를 소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 소개되며 더 유명해졌다. 20년간 이 가게를 운영했다는 사장은 “최근 산리오 캐릭터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면서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어린이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출시한 ‘산리오 캐릭터 캐리어’ 10만여 개는 판매 10일 만에 완판됐다. 이 상품은 산리오 인기 캐릭터인 ‘쿠로미’ ‘시나모롤’ ‘마이멜로디’ 디자인의 미니 캐리어 3종과 중형 캐리어 1종으로 구성돼 10대부터 3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에서 호응을 얻었다.

명품 브랜드도 만화 캐릭터와 협업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지미추(JIMMY CHOO)는 올해 ‘달의 요정 세일러문’ 30주년을 기념해 ‘달의 요정’을 주제로 신발과 액세서리 선보였다. 로에베(LOEWE)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주제로 지난 2일 더현대서울 1층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주요 캐릭터들을 담아낸 핸드백 등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 슬램덩크 열풍이 이어지면서 세븐일레븐이 지난 10일부터 예약 판매한 슬램덩크 만화책 전권(20권) 2000세트는 나흘 만에 약 60%가 판매됐다. 앞서 세븐일레븐은 인생 최고의 순간을 뜻하는 ‘슬램덩크 모먼트’를 모티브로 탄생한 ‘슬램덩크 와인’도 선보였다. 3040세대 남성이 와인 구매자의 80%를 차지했다.

호텔업계에서도 캐릭터 테마룸 등 키덜트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찹쌀떡을 닮은 인기 토끼 캐릭터 ‘몰랑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야외 온천 씨메르에 ‘몰랑이와 피우피우 포토존’을 설치하고, 신관 지하 1층 키즈 빌리지에서는 ‘몰랑이’ 캐릭터 비누와 쿠키를 만드는 클래스도 연다. 서울드래곤시티는 객실 전체가 포켓몬스터로 꾸며진 테마룸을 출시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바비의 인기 시리즈 ‘유 캔 비 애니씽(You can be anything)’을 콘셉트로 객실을 꾸미고 패키지 이용 시 바비인형 세트도 선물로 제공한다.

전문가는 MZ세대가 소비를 통해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하나의 콘텐츠를 구매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천대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는 “세일러문이나 포켓몬스터 등은 지금의 30대가 어린 시절 보고 자란 만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단순한 캐릭터 상품 구매를 넘어 어릴 적 추억과 엮인 스토리를 사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키덜트’가 ‘레트로’와 함께 소수가 즐기는 문화가 아닌, 전 세대가 즐기는 트렌드로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