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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도시·삶의 질UP] <7> 엑스포를 빛낸 예술품

과학과 함께 예술이 있었다…엑스포의 품격 높인 거장들

  • 오룡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저자
  •  |   입력 : 2023-01-31 19:56:30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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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소의 대표작 ‘게르니카’
- 1937년 파리박람회에 등장
- 스페인관 외벽전시 참신한 충격

- 달리 등 거장 박람회 참가
- 당대 예술사조 전시장 역할

-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 땐
- 메타버스 시공 확장 주제될 듯

화면 왼쪽에 죽은 아이를 팔에 안은 어머니가 울고 있다. 그 모습을 황소가 눈을 부릅뜬 채 내려다본다. 부상의 고통에 일그러진 말 머리를 눈 모양의 등불이 마치 고문실의 전등처럼 비춘다. 그 아래 시신과 해골, 잘린 팔다리가 널렸다. 숨진 병사의 손바닥에 예수의 수난을 상징하는 흔적이 새겨져 있다. 오른쪽엔 화염에 휩싸여 공포에 질린 사람이 보인다.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1937년 파리박람회에 외면 벽화로 전시된 모습. 출처=국제박람회기구(BIE) 홈페이지
전쟁의 참화를 형상화한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역작 ‘게르니카’다. 가로 777㎝, 세로 349㎝의 이 유채 벽화는 1937년 5월25일 문을 연 파리박람회 스페인관 외면에 전시돼 세계인에게 충격을 던졌다.

그림은 스페인 내전 당시 독재자 프랑코를 지지하던 독일군이 1937년 4월26일 스페인 바스크 지방 작은 마을 게르니카 일대를 폭격해 빚어진 참상을 표현했다. 피카소는 스페인 정부로부터 스페인관 벽화 제작을 의뢰받고 고심하다 게르니카 피폭에서 영감을 얻어 한 달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는 전화에 휩싸인 조국의 모습을 입체파 기법의 파괴적 구조와 검정·흰색·회색 등 비극적 색조를 사용해 묘사했다. 그림은 투우와 말의 상징성을 빌어 시공을 초월한 인도주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예술을 통해 국제지지 호소

엑스포는 보통 과학기술의 향연이라 여겨지지만 대중적 소구력 있는 예술품도 전시물로 한몫했다. ‘게르니카’는 엑스포 전시를 위해 요청·제작된 예술품 중 역대 최고작으로 손꼽힌다. 파리박람회 이후 유럽과 미국 각지를 옮겨 다니며 전시되다 1981년 스페인에 반환돼 현재 마드리드 소피아왕비미술센터에 소장돼 있다.

파시즘 독재세력인 프랑코와 치열한 내전을 벌이던 스페인 공화정부는 국제지지를 얻기 위해 파리 박람회장에 호소력 높은 예술품을 전시했다. 피카소뿐만 아니라 세계적 명성의 스페인 예술가들이 그 대열에 동참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작품 ‘사신’을 출품한 초현실주의 화가 호안 미로를 비롯해 영화감독 루이스 브뉴엘, 건축가 호세 루이스 세르트 등이 참여했다. 2층 직사각형 건물인 스페인관은 아방가르드적 건축물로 호평을 받았다.

세계박람회의 예술품 전시 전통은 프랑스가 창시했다. 1855년 파리박람회는 미술의 전당이란 별도 전시장을 마련해 다양하고 질 높은 조각·회화 작품 5000여 점을 선보였다. 그중 절반 이상이 프랑스 작가 작품이었다. 특히 파리 화단의 양대산맥이던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와 외젠 들라크루아의 작품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에 맞서 영국도 토머스 웹스터 등이 출품했지만 프랑스 작품만큼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사진작품도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사진은 당시 은판화를 거쳐 감광인화법으로 발전한 새로운 예술 분야였다. 비송 형제 등 프랑스의 65개 스튜디오 소속 작가들이 작품을 냈다.

그런데 박람회 조직위는 정작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바꾼 사실주의 화풍의 거장 귀스타브 쿠르베를 배제하는 오점을 남겼다. 쿠르베가 박람회 출품을 위해 그린 대작 ‘화가의 아틀리에’와 ‘오르낭의 매장’이 고전파 일색이던 미술아카데미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1900년 파리박람회 예술품 전용 전시관으로 건립된 그랑 팔레 전면.
■장르 망라한 엑스포 자산

이에 분노한 쿠르베는 미술의 전당 인근 몽테뉴 거리에 별도 전시실을 열어 자신의 작품 40점을 전시했다. 전시회 주제는 ‘사실주의 선언’이었다. 19세기 후반 서양미술이 사실주의, 인상주의로 넘어가는 변곡점이 된 사건이었다.

새로운 사조의 미술운동은 1867년 파리박람회에도 이어졌다. 인상파 화가 에두와르 마네가 쿠르베의 선례를 좇아 박람회장 밖에 사설 전시장을 만들어 운영했다. 예술작품은 신발명품에 비하면 관심도가 덜했지만 박람회의 문화적 품위를 높여주는 고정메뉴로 자리 잡았다.

파리는 다섯 차례 박람회를 치르며 예술적 가치가 높은 기념문 다리 전시관을 여럿 지었다. 1900년에는 회화·조각·공예 작품 전용 전시관인 그랑 팔레(예술의 대전당)와 프티 팔레(예술의 소전당)이 나란히 들어섰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1939년 뉴욕박람회에서 바닷속 세계를 주제로 만든 ‘비너스의 꿈’ 전시관 입구.
예술품 전시 전통은 20세기 엑스포를 주도한 미국에도 이어졌다. 미국 박람회의 절정을 이룬 1939년 뉴욕박람회에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활약했다. 달리가 바닷속 세계를 주제로 지은 ‘비너스의 꿈’ 전시관은 비너스상과 산호, 물고기모양 티켓부스로 장식된 전시관 자체가 작품이었다.

건축가들은 박람회장마다 예술성 높은 랜드마크를 창출했다. 르 코르뷔지에, 야마사키 미노루, 리차드 버크민스터 풀러 같은 거장들이 혁신적 조형물을 통해 건축양식을 주도했다. ‘일본의 피카소’로 불리는 오카모토 다로는 1970년 오사카엑스포 상징탑인 ‘태양의 탑’을 만들었다.

미술·사진·건축뿐만 아니라 문학·음악·영화 등 다양한 예술장르가 세계박람회에 복무했다. 윌리엄 새커리, 빅토르 위고 등 문호가 글로 박람회를 찬양했고, 리하르트 바그너 같은 작곡가가 기념 행진곡 등을 작곡했다.

■‘디지털 피로감’ 지적도 나와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는 1867년 파리박람회 기념 콩크르에서 칸타타 ‘프로메테우스의 결혼’으로 수상해 엑스포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대표적 음악가로 꼽힌다. 1900년 파리박람회에선 관람객들이 에펠탑 앞 60m 높이 공 모양 우주 전시관에 올라 생상스의 웅장한 오르간 음악을 들으며 우주운행 모습을 지켜봤다.

1939년 뉴욕박람회는 사진·영화 기법을 극대화한 디오라마 작품을 통해 100년 후 미래세계를 구현했다. 1967년 몬트리올엑스포에선 팝아트가 등장하고 ‘폴리비전’이란 멀티미디어 프로젝트 영상물이 전시관마다 도입됐다.

전시물과 전시기법, 건축양식은 ICT기술에 근거한 현대성으로 치달았다. 예술품도 원본보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재해석, 인식의 확장, 공유·상호작용형 유비퀴터스 전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12년 여수엑스포의 중심축 디지털갤러리가 그 한 예다. 전시시설 사이 길이 415m, 폭 30m 지붕과 외벽을 무정형 디지털 가상 공간으로 꾸며 밤하늘에 고래가 떠다니는 디지털 아쿠아리움 등 환상적 미디어아트를 선보였다.

2030년 부산엑스포도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를 활용한 시공간 확장을 계획 중이다. 온-오프라인 박람회장이 연계되는 최첨단 전시기법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현대 엑스포의 과도한 디지털미디어 집중화가 ‘디지털 피로감’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동기획=국제신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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