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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프런티어 해양인 열전] <24> 수산물 경매사 김대회

공동어시장 새벽 깨운 경매 지휘관…위판 흑자 달성 주역

  • 김정하 한국해양대 글로벌해양인문학부 교수
  •  |   입력 : 2022-12-12 20:03:28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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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년간 새벽 5시 어시장 출근
- 조업상황·물량 등 꼼꼼히 파악
- 속기사·판매사와 ‘수지식’ 경매
- 흥 넘치는 진행으로 가격 결정

- 농부 아들로 태어나 씨름 입문
- 팀 해체로 은퇴 후 경매사 도전
- 2년 전 오징어 위판 흑자 전환
- 퇴직자 최초 촉탁직 실장 임명

-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계획
- 전문가들 충분한 사업비 촉구

매일 새벽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은 ‘잔치판’이다. 몇십만 톤의 수산물이 어부와 선주로부터 중도매인과 상인에게 넘어가는 위판이 전부가 아니다. 경매사의 날랜 손짓과 구성진 음성이 ‘흥’을 퍼뜨리면 둘러선 사람들 어깨가 덩달아 들썩인다. 그 옆에서 보통 3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근로자들이 민첩하고 다부지게 위판물을 선별 운반 정리 포장한다. 처음 그 모습을 접한 사람이라면 그 활기찬 분위기에 절로 가슴이 벅차오르게 마련이다.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에서 38년을 일한 김대회(가운데) 경매실장이 중도매인을 상대로 수지 표시를 하고 있다. 김정하 교수 제공
그냥 새벽도 아니고 신새벽이다. 3시30분에 일어나 어시장에 도착하면 정각 5시, 38년을 되풀이한 김대회(61) 부산공동어시장 경매실장의 하루가 또 시작된다. 이미 대표이사를 비롯한 직원 전원이 출근해 있고 전날 밤 상자에 담아놓은 수산물이 경매를 기다린다. 그로부터 60분, 김 실장은 위판장 곳곳을 돌며 선주와 중도매인, 경매사들과 짧은 대화와 눈인사를 나누며 ‘물건’을 살핀다. 바다 날씨와 조업 상황, 위판물량, 선도(鮮度) 등 100여 가지 정보 중 한 가지만 달라져도 어가(魚價)의 등락 폭이 요동을 치므로 신경을 곤두세워 파악하고 이런저런 궁리를 챙겨둔다.

드디어 6시, 김대회 경매사가 종을 울린다. 속기사 판매사와 3인 1조를 이룬 경매팀과 중도매인들이 수산물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긴장 속에 마주 선다. 판매사가 상자를 두드려 보이면 경매사가 수지 표시에 “흐어~, 허어이~” 추임새를 곁들여 원산지와 품목, 가격을 읊는다. 그에 맞춰 중도매인이 날렵하게 손가락을 펴 보이고 팔을 움직여 응찰가를 제시하면 속기사가 재빨리 그들의 고유번호와 낙찰가를 기록한다. 꿈결처럼 지나가는 그 5, 6분의 ‘상향 수지식’ 경매에서 위판물 정보와 낙찰가격, 상호교감까지 담아내는 동작들이 가히 무형문화재감이라 해도 좋을 만하다.

■농촌에서 자라 중학시절 씨름 입문

지난 5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팀과 중도매인이 수산물을 경매하는 모습. 김정하 교수 제공
위판장에 나서기 전 김대회 경매사는 씨름판의 용자(勇者)였다. 부산공동어시장 씨름단 소속 선수로 금강급 3등까지 올랐고 은퇴 직전에는 코치 겸 감독까지 맡았다. 강한 승부욕과 빠른 두뇌 회전, 상황을 장악하는 몸싸움을 익힌 씨름선수 출신답게 그는 “경매방식을 몸으로 익혔다”고 설명한다.

어린 시절의 김대회는 바다를 몰랐다. 내륙지역인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서 농사짓는 김재정과 김봉희의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중학 시절 씨름판에 올라 소년체전에서 준우승을 했다. 전국 대학부 2회 우승을 기록하고 전주대를 졸업한 1984년 부산공동어시장 씨름단에 스카우트돼 바다를 만났다. 단체 3연승에 40회 가까이 우승했으니 경기성적은 좋았지만 프로팀이 생기자 이름깨나 얻은 선수들이 떠났고 얼마 후에는 씨름단이 해체됐다. 바다보다 모래판이 더 친숙했던 김대회였지만 그 참에 풍요롭고 활기 넘치는 바다를 택하기로 마음먹고 씨름계에서의 은퇴를 택했다.

부산공동어시장이라는 든든한 직장 덕에 결혼에 골인한 그는 경매사에 뜻을 두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랜만에 붙든 공부가 어려웠지만 밤잠을 줄여가며 유통상식 도매시장관계법 등 시험과목을 독학으로 익혔다. 2차 시험에서 모의경매 테스트는 현장 실무경험으로 준비를 하며 그와 별도로 선배경매사 목소리를 녹음해 산에 올라가 들으며 목청을 틔웠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자격시험은 단번에 통과했지만 10년 넘게 기록과 안내 관리 현장감독 등을 맡은 수하안내원으로 일하다 경매사 결원이 생긴 다음에야 정식으로 발령을 받았다.

어시장과 경매방식은 근대기에 나타난 제도다. 수산업 여명기인 1889년 ‘조일통어장정’을 빌미로 부산의 일본인이 현재의 남포동에 상설어시장을 개설했으며 1905년 이후에는 일본어민 이주와 더불어 다양한 어종이 남획되면서 위판이 활성화됐다. 해방 후 부산에서는 1963년 북항 제1부두에 부산수산센터가 설립되면서 어시장이 정착됐고 1973년 남부민동 매축지에 부산공동어시장이 준공되면서 규모가 커졌다. 이후 급속도로 늘어난 한국인 수산물 섭취량은 2021년 현재 세계 1위, 수산물 수입량 8위, 생산량 14위가 됐다. 그와 함께 아시아 최대 규모로 성장한 부산공동어시장은 국내 수산물의 30%, 고등어는 80%를 전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 각지로 내보낸다.
2026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할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의 조감도.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여러 직종이 꾸려가는 공동어시장

김대회 경매사도 경매사 업무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누구보다 어시장에 빨리 나와 검품(檢品)을 하고 위판장을 활성화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했다. 전날 상대했던 매수인을 찾아가 품질과 가격, 판매 정보를 확인해 이튿날 경매에 반영했다. 위판 어종을 늘리고자 틈틈이 다른 지역 위판장을 방문해 현지 주력어종의 유통정보를 파악하곤 선주들에게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을 권했다. 그렇게 주말도 휴가도 없이 일에 매달린 그는 2020년 위판 어종에 오징어와 삼치를 더했고 흑자 달성의 주역이 됐다. 그 공로로 그는 작년에 퇴직하고도 어시장 설립 후 최초로 촉탁직 경매실장으로 일하게 됐다.

“경력 30년이 돼서야 안 보이던 게 눈에 띄고 남의 말을 알아듣게 되면서 비로소 경매가 뭔지 알 것 같다.” 김 경매사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는 그를 ‘소통의 달인’이라 극찬했다. 조합과 선단 관계자, 항운노조원, 중도매인은 물론 야간의 ‘양륙(揚陸)’ ‘배열’ ‘부녀’, 주간의 ‘하조(포장)’ ‘상차(上車)’ 파트에 속한 근로자 3000여 명과 흉금을 터놓고 지내기 때문이라 한다.

실제로 부산수협 등 5개 민간조합이 만든 부산공동어시장은 운영 면에서 공공기관이나 다름없이 구성원이 다양하다. 박극제 대표이사는 “위판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냉동창고, 가공공장, 운수업 종사자, 조선소, 선구점 등 3만여 명이 어울려 부산경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부산시 등 지자체와 시민이 더 적극적 지원과 관심을 어시장에 보내줘야 국산 수산물에 대한 신뢰와 소비로 수산업 진흥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현대화 사업으로 복합문화공간 변신

준공 50년이 임박한 부산공동어시장이 일대 변혁을 맞을 전망이다. 2014년 확정된 계획에 따라 2016년 예산이 배정된 ‘현대화사업’과 관련해 갖가지 불만과 기대, 계획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철제구조물의 잔해가 떨어지는 노후시설 재건축부터 근로자 감소에 대비한 자동선별기 도입, 비위생적 작업방식 개선 등이 주요 내용이다. 차제에 위판장과 별도의 수산물 판매점, 즉석 요리점과 기념품 판매장까지 갖춘 관광명소를 만들자는 제안도 속출한다.

이한석 한국해양대 교수는 “보행축 확보와 모노레일 등의 설치로 접근성을 높여 어시장과 친수공간을 조화시키고 역사 문화 교육 관광을 위한 복합공간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청로 부산수산정책포럼 대표이사장은 “해양도시 부산의 상징성 역사성 정체성과 함께 바다의 진면목을 갖춘 어시장으로 재탄생하도록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런 기대 모두를 구현시키자면 기왕의 예산액으로는 배 이상 늘어난 기본공사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적어도 3000억 원 이상의 사업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어시장을 나서는 참에 누군가 옆에서 말했다. “삶을 비관하던 사람도 여기 오면 생각이 바뀐다.” 과연 그럼직했다. 땀 냄새, 비린내가 삶의 의지를 부추기는 그 공간을 ‘수산업 일선’이자 ‘힐링의 장(場)’이라 불러도 좋을 듯싶다.


▶도움말씀 주신 분 = 이한석 한국해양대 교수, 류청로 부산수산정책포럼 대표이사장,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신용균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추진단 단장

※ 공동 기획=국제신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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